화재 현장에 있던 4명 중 3명 사망…1명 증언으로 정확한 화재 경위 파악 어려워

추석 연휴 기간 대구의 한 상가 도박현장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나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화재 현장.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당동의 한 3층짜리 상가건물에 50~60대 남성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은 추석 연휴 동안 화투를 치며 도박판을 벌이기 위해 현금도 넉넉히 챙긴 상태였다. 도박판에 모인 이들은 모두 6명으로 이튿날인 3일 새벽까지 도박은 계속됐다. 사건은 중간에 2명이 자리를 뜬 뒤인 오전 3시 48분께 발생했다.

도박장을 덮친 화염에 고스톱을 치던 60대 남성 A씨는 자리를 박차고 건물 입구로 대피했다. 이미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그는 화상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사건발생 다음날 아침 숨졌다. 미처 화염을 피하지 못한 60대와 50대 남성은 그 자리에서 화상을 입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경상을 입은 50대 중반 B씨만이 화를 면했다.

화재 현장 바닥에는 불에 타지 않은 1만 원 권 여러장이 바닥에 나뒹글고 있었다. 추석 연휴 기간 대구의 한 상가 도박현장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나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대구의 한 상가 도박현장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나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화재 현장.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당시 화재 현장에 있었던 4명 중 3명이 사망해 사건의 정확한 경위 파악이 힘들어졌고, CC(폐쇄회로)TV에서 특정 인물이 기름통 등 인화물질을 소지하고 출입한 장면도 없었기 때문이다.

4일 대구 성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3시 48분께 대구 달서구 성당동의 한 3층짜리 상가건물 2층에서 기름(휘발유 및 등유 등)에 의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나 3명이 사망했다. 당시 화재 현장에 있던 경상자 B씨를 제외한 모든이가 숨졌다.  A씨가 사망하면서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50대 중반 B씨가 유일하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망한 사람끼리 화투를 치다가 싸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A씨가 사망하면서 B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확인하기 어려워진 셈이라고 수사진은 밝혔다.

경찰은 A씨가 병원으로 호송되면서 “불이 나 뛰어나오면서 몸에 불이 붙었다”고만 진술했다고 밝히면서 A씨의 진술 일부분이 B씨의 진술과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해 B씨의 진술을 확인하고, 도박현장에서 먼저 자리를 뜬 2명의 진술, 채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사망자 부검결과에도 별다른 단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체는 화재로 인한 사망 형태 외에 둔기나 칼에 찔린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외에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난로와 기름통 등이 발견됐지만, 피의자가 기름통에 기름을 담아 불을 질렀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CC(폐쇄회로)TV에서 해당 상가를 출입한 사람 중에 기름통 등을 소지해 출입한 적이 없고, 현장에서 발견된 기름통이 일부만 연소되는 등 발화의 시작점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새롬 성서경찰서 형사과장은 “새벽 시간대라 CCTV로 인물을 특정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며 “B씨와 상가를 먼저 빠져나간 2명, 상가관계자, 이들의 채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해 사건의 실체를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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