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2020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하였다. 코로나19는 전염력이 폭발적이고, 아직 해결책이 없는 신종 감염병이다. 전문가들은 5개월에서 10개월만에 종식되었던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길게는 2년 후에나 종식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체면을 구겼다. 사망자수도 세계에서 제일 많다. 미국의 높은 의료비용과 낮은 의료보험 가입률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400만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진 비용은 무보험 빈곤층이 병원에 갈 수 없게 만들었다. 당연히 많은 서민들이 치료는 물론 검사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뉴욕시에서는 사망자의 62%가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취약계층이다. 미국은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각 주정부마다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집 없는 사람이 수십만명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을 피해 국민들에게 자가 격리와 외출금지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빈부격차를 드러냈다. 스스로를 격리할 집이 있는지,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인지, 며칠간 휴직하고도 생계를 이을 수 있는지에 따라 생명권에 격차가 생겼다.

일본 아베 총리가 자택에서 반려견과 놀고, 차를 마시는 등 여유롭게 쉬는 영상을 공개했다가 국민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와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일반 서민들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다.

또한, 인도에서는 정부의 외출 자제령에도 하루 생계를 위해 많은 사람이 외출을 해서 일을 하고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많은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내 56만 명에 달하는 노숙자는 코로나19 확산의 복병이 되었고, 미국 라스베거스시는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격리가 불가능해진 노숙자들을 주차장 맨바닥에 재웠다가 비판에 휩싸였다는 보도도 있다. 현실이 이렇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머터 교수는 재난이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혹독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지만 그로 인한 위험과 고통은 가난한 자들에게 훨씬 더 위협적임을 세계 각국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2005년 미국 뉴 올리언즈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0년 아이티의 지진사례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강이 범람하는 지역이나 오래된 낡은 건물 등 가난한 지역에 위험이 더 노출된다. 재난피해의 크기는 재난의 크기가 아니라, 사회구조와 빈부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와 불평등이 그 크기를 결정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에서 배운 교훈은 위태로운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줄 안전망을 확보하고,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핵심 과제이다. 재난은 자연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하더라도 향후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적 양극화 및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혜택 분배, 급변하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기업, 노조가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 구축이 요구된다. 사회 곳곳에서 소외되어 있는 약자들에 대한 핀셋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부분이 잘 사는 국가,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의 핵심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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