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동부본부장

언제부턴가 구황작물인 고구마가 답답함의 아이콘이 됐다. 아무리 맛있는 고구마라도 계속 먹다 보면 목이 메이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사이다를 마시면 속이 뻥 뚫리고 시원하다. 이러한 고구마와 사이다 논리는 드라마의 승패와도 연관된다.

시청자들은 답답하게 전개되는 ‘고구마 드라마’에 비해, 전개가 빠르고 막힘이 없는 ‘사이다 드라마’를 더 선호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 한편의 사이다 드라마가 코로나19로 답답한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가황’으로 불리는 가수 나훈아가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해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연에서는 신곡인 ‘테스형’이라는 노래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동네 형처럼 가까운 사이로 표현하며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를 외쳤다.

나훈아의 현실 비판적인 발언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공연에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본 적 없다”와 같은 소신 발언도 쏟아냈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안긴 사이다 드라마로 부족함이 없었다. 추석 연휴 온 가족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공연 역시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나훈아의 발언에 대해 “속 시원한 비판이다”, “아전인수가 놀랍다”며 설전을 벌이는 모습에, 국민의 가슴은 또다시 답답할 뿐이다. 기성 정치인들을 곱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소크라테스는 권력에 대한 아부를 경멸했으며, 오직 진리 추구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나훈아가 2000년도 훨씬 더 전의 기원전 470~399년을 살다 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묻는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하는 절규가 아직도 여운으로 맴돈다.

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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