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이것은 감자다, 식탁 위에 어둑하게 놓인 이것. 당
신이 오늘의 심장에 손을 푹 찔러 넣어 파낸 감자, 뜨거운 감
자 말이다. 오늘은 감자를 먹는 날, 많은 서류가 바람에 날리
고 프레스 기계에 잘린 것은 손가락뿐이 아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감자를 먹다가 감자처럼 목이 뚝 잘릴 때도 있는 것.
하염없이 굴러가는 저것은 감자, 영원히 멈추지 않는 감자. 그
러나 자꾸만 12층의 여자가 힐끔거린다. 울퉁불퉁 자루 속에
든 것은 감자예요, 말을 하려는데 목이 꽉 메인다. 새파란 눈
물이 핑 돈다. 그렇지 이것은 감자다. 너의 검은 심장이 둥둥
울면서 먹어야 하는 것. 공손한 감자를 앞에 놓고서, 손을 맞
잡은 채 모두 말이 없다. 12층에도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있다.


<감상> 땅은 감자라는 심장을 품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결핍의 땅에서 오늘의 심장에 손을 넣어야 한다. 허기진 배를 움켜진 자들만이, 노동으로 몸이 상한 자들만이 감자를 얻는데 뜨거운 심장이 필요하다. 뜨거운 감자를 먹다가 목이 꽉 메이고, 내일의 심장에 손을 넣어야 하는 현실에 목이 꺾인다. 몸으로 밀고 나가는 그들 앞에 감자는 밥 이상의 것이다. 울컥 검은 심장이 울면서 감자를 먹다가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쳐야 내려가는 밥줄이다. 거대한 심장을 가져 울림을 모르는 자들이여! 그네들의 감자에 씨눈을 자르지 말지어다. 울퉁불퉁한 그들의 삶에도 언젠가 알뿌리가 든든히 자리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