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초빙교수
한태천 경운대 초빙교수

우리나라 경제력을 두고 ‘미국이 기침하면, 일본은 감기하고, 한국은 독감한다’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경제적 역량이 약함을 일러 만들어진 말이었다. 지난 2019년 일본과의 무역 마찰이 발생하였을 때, 많은 국민이 절대적 열세에 있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경제 제재에 맞서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보면, ‘미국이 기침하면, 일본은 독감하고, 한국은 백신을 판다’라는 말로 대체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역량과 국가경쟁력에 너무도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해방 이후 7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는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며, 그들의 눈치를 보며 몰래몰래 성장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야 했던 난국을 극복하고, 미국발 모기지론 경기 침체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자립 경제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세계 최고의 방역 수준으로 각종 지표들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고, 일본이 시작한 경제 전쟁에서도 사실상 우리나라가 승리했으니 “극일 했다”라고 말해도 될 시점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2020년 2분기 경제성장률 순위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OECD 발표에 의하면, 지난 2분기(4월~6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OECD 회원국을 포함한 38개 국가 중에서 중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후진국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중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사실상 1위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일본은 -7.3%로 13위를 기록했다. 일본을 저만치 뒤로 제치고 선두에 올라섰다. K 방역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진단키트 개발과 방역에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세계적 재난 속에 세계 38개국 중 2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자립 경제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일본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63개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23위로 34위인 일본을 앞질렀다. 인구 5천만 이상, GDP 3만 불 이상 국가 중에 우리나라는 4위를 기록했다. 평가 대상인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네 부분 모두 일본을 앞질렀다. 우리나라는 IMF 사태가 발생할 때 세계 63개 국가 중 47위였던 국가경쟁력이 2020년 23위로 상승한 반면, 일본은 17위에서 34위로 하락했다. 그뿐만 아니라 10월에 IMD가 지식, 기술, 미래준비도 3개 분야 52개 세부 지표에 대해 평가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력’ 평가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63개 국가 중 8위로 27위인 일본에 훨씬 앞섰다. 국가경쟁력도 디지털 기술력도 우리나라는 일본을 앞지른 것이다.

또한 무역전쟁에서도 우리나라는 일본을 이겼다. 지난 2019년 8월 일본 아베 수상이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수출 규제를 했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한 자체 개발과 일본 외 타국으로의 수입원 다변화에 성공하여 일본 기업에 타격을 가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많은 우리 국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또한 일본 경제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사실상 일본의 패배를 이끌어 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국력이 강한 것은 맞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일본은 IMF 사태와 모기지론발 경제침체를 잘 극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IMF 때 세계 2위였던 GDP는 3위로 밀려났고, 우리나라보다 3배 높던 국민 1인당 GDP는 2019년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의 코로나19 대처도 미흡하여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보다 한참 뒤로 밀려났다. 일본은 정체되었거나 퇴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트럼프가 OECD 7개국 정상회담에 초청하겠다고 하듯 세계 7위권 경제 대국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제 ‘일본이 독감을 해도 기침도 하지 않을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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