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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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야~!” 휘영청 달 밝은 밤 한 장정이 강가에서 소리쳤다. 그러자 부용대 절벽 위에서 강을 가로질러 만송정으로 연결한 줄에서 숯불가루 불꽃이 비처럼 강물 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굽이 돌아 흐르는 낙동강 밤 강물 위에는 깜빡깜빡 달걀불들이 유유히 흘러 내려온다. 배를 탄 선비들은 갓을 삐딱하게 고쳐 쓰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낙화(落火)에 취해 탄성을 지른다.

이처럼 화려한 안동 하회마을 전통 불꽃놀이인 ‘선유줄불놀이’는 혜원 신윤복의 멋진 뱃놀이 그림 ‘주유청강(舟遊淸江)’처럼 선비들의 ‘뱃놀이’를 위해 연출되는 화려한 무대장치다.

뱃놀이는 이처럼 옛날부터 호사(豪奢)였다. 고대 중국에서도 뱃놀이를 위해 운하가 건설됐다. 수나라 2대 황제 양제는 양쯔강과 황허강을 잇는 장장 1500㎞의 운하를 뚫었다. 남쪽 지방의 풍부한 물자를 실어오기 위한 목적이 있었지만 중국 역사서에는 뱃놀이 용으로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바다에서의 뱃놀이는 호화 유람선도 있지만 요트가 대표적이다. 바다 위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요트는 선진국에서도 고소득자들의 취미다. 우리나라도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해안을 끼고 있는 도시들이 앞다퉈 요트 계류장을 만들고 있다. 부산은 물론 경북의 포항과 울진 등에도 마리나 시설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고 확충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 뱃놀이 요트를 사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서 말썽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에 외교부가 국민을 향해서는 해외여행 취소나 연기를 당부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고는 정작 장관 남편은 ‘내 자유다’ 큰소리 치며 출국했다.

코로나 19로 국민의 우울감이 깊다. ‘여행이 인간의 기본적 자유’라지만 솔선수범해야 할 사회 최고위 지도층이 공동체의 안전을 무시하고 일반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손가락 질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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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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