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20일간…국감계획서 채택 난항에 '졸속 국감' 우려

국정감사 하루 전인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해외 공관과 화상 연결을 확인하며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연합
여야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6일에도 증인 채택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기 위해 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여당이 논란이 일고 있는 현안마다 중요 중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야당과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국감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시절 특혜 의혹,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사건, 인천국제공항 사태 등과 관련해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증인·참고인을 대거 신청했으나, 민주당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채택된 증인들도 잇따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벌써부터 ‘졸속 국감’ 우려가 나온다.

이번 국감에서 여야 기싸움이 가장 치열한 곳은 국방위원회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특혜 의혹과 관련, 추 장관과 서씨 등 10명의 증인을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모두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민주당은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해 국감 실시 계획서 채택을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한기호 의원이 간사에서 사퇴하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의 ‘철통 엄호’로 일단 국방위 국감은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A씨는 지난 5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A씨는 추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중 무릎 수술을 받을 당시 집도의였다.

A씨는 사유서에 불출석 사유를 “의사로서, 형사소송법 149조에 따라 증언을 할 수 없음”이라고 적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의혹 및 수사와 관련해 서씨 등 2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모두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 육탄전을 벌인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현재 감찰 중인 사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의 재판장인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증인으로 요구했으나 재판 독립성 침해 우려 등의 이유로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서해상에서 북한의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국감 증인으로 서겠다고 자청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이씨가 국방위나 농해수위에서 증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증인으로 채택된 주요 외국계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불참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맥이 빠지는 모습이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4일 관세청 국감에서 면세점 밀수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를 증인으로, 김회언 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추궁할 예정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전 사장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참고인으로 채택됐다가 철회됐다.

이처럼 국회가 앞장서서 각종 문제를 파헤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당연한 헌법적 책무를 여야 간 정쟁으로 증인 채택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결국 국민을 기망하는 알맹이 없는 국감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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