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나고
찌그러진 축구공
소나무 가지에 걸렸다

이리 튀고
저리 튀더니
콩닥거리는 심장을 품은
오목눈이 둥지가 되었다

이제 아기 새를 품었으니
맘대로 뛰어놀 수 없겠다

저렇게 가만있어 보긴
처음일 거야

<감상> 오목눈이의 둥지는 지상에서 축구공이었을 겁니다. 수많은 발을 다 받아들인 축구공이 찌그러져 둥지가 되었을 겁니다. 둥지가 된 축구공은 부드러운 것들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풀과 짚과 털을 자신의 몸으로 잘 갈무리하여 나무의 일부가 됩니다. 나무와 한몸이 되었으니 맘대로 뛰놀 수가 없습니다. 아기 새를 소중히 품어 하늘로 보내기 위해섭니다. 하늘로 간 아기 새는 푸른 허공을 둥지로 삼았기에 당분간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미 새가 되어 되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겁니다. 온전히 지켜내고 성숙하려면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거, 오랜 세월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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