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딴 법칙·공식 만들어 중요한 학문적 발견 남기고파

권성중 건국대 화학과 교수 증명사진
‘과학 기술’은 국가산업 경쟁력이자 국력 원천이다.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는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 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 과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주인공은 포항 소재 경북과학고등학교 4기 졸업생인 권성중(40)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화학과 교수다.

권 교수는 경북과학고를 2년 만에 수료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모두 졸업했다.

이후 KAIST 자연과학대학 박사후 연구원 (2008-2009),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 (2009-2011),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화학과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스코 청암재단이 수여하는 청암과학펠로 선정(2013년)된 바 있다.

권성중 건국대 화학과 교수가 실험실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
다음은 권 교수와 1문 1답이다.

△경북 또는 포항과의 인연은.

-대구 출생이고, 안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포항에서는 경북과학고에 진학하면서 2년을 보내게 됐다. 과학고에서의 청소년기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기였다. 우수한 선후배와 동기들을 보면서 학업 및 인격에 대한 자극을 받았고, 특히 화학 교과를 담당하셨던 이영화 선생님과 김경렬 선생님 영향으로 화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같게 된 시기였다. 두 분 좋으신 선생님 영향으로 화학이라는 분야가 좋아졌고, 추후 전공으로 또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권성중 건국대 화학과 교수가 지난 9월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모습.
△교수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교수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듯이(?) 초등학생 때 꿈은 대통령이었다. 고등학교 때 화학에 관심 갖게 됐고, 이후 화학을 전공으로 택해 학·석·박사를 진학했다. 학생 때에는, 꼭 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공부하면 나중에 교수가 되든 회사에 취직하든 뭐라도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학위를 계속해 나갔던 것 같다.

박사를 졸업할 즈음에 박사 후 연수(포스닥 과정)를 갈지 말지 결정해야 할 때, 심각하게 직업에 대해 고민했다. 교수가 되려면 박사 후 연수과정이 대부분 필수적이고, 일반 기업이나 연구소에 가려면 이 과정이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로 박사후연수를 떠난다는 것은 곧 교수에 도전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 연구하거나 창업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교수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해외로 박사후 연수과정을 떠나 교수의 길에 도전하게 됐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설명과 특별한 연구 성과, 성취가 있다면.

-제 전공분야는 화학 중에서도 ‘전기화학’이다. 전기화학은 전극표면에서 일어나는 전자전달 현상(산화-환원 반응)을 다루는 학문으로 화학의 여러 세부 분야 중에서는 비교적 최근(100여 년 전) 생겨난 분야다. 전자공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최근 에너지 분야의 관심으로 전기화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성이 부각하고 있다.

연료전지나 태양전지, 배터리 같은 에너지 분야, 가스·혈당센서와 같은 센서 분야, 부식·도금 같은 금속제련분야 등 전기와 화학이 만나는 곳에는 전기화학이 있다.

저는 자연과학자로서 전기화학의 본질적인 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응용분야로는 ‘나노전기촉매연구’나 전기화학 바이오센서 연구 등을 주로 하고 있다.

특히, 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입자를 무수히 많은 나노입자 모임 형태가 아닌 개별적인 단일 나노입자수준에서 연구하는데 성공한 전기신호증폭법 관련 논문들을 저명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여러 편 발표했고, 대학원생 때 연구한 전기화학 면역센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기기분석과목 교과서에 그 원리가 자세히 소개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전공 분야와의 연관성은.

-화학 및 전기화학은 기초학문 분야로서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력이 있다.

코로나19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연구는 하지 않으나 제 전공분야 중 코로나 관련된 것을 굳이 찾자면 코로나 진단센서에 전기화학 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 최근에 연구한 내용 중에 C형간염 진단센서 개발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C형 간염의 원인인 C형간염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구조가 매우 유사한 RNA 계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진단 센서 제작에서도 유사점이 많아 적용이 가능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학에 던진 화두는.

-최근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유행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고 또 바꿀 것이며 이는 대학 및 연구기관도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어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관련 연구분야들이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대학의 연구부분과 연구기관의 기능 및 역할은 더 강화되고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Untact) 문화의 확산은 대학의 연구 부분 보다 교육 부분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어도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온라인 대학의 출현 등으로 인해 교육 부분의 변화가 불가피했고 변화하는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인한 전국 모든 교수들의 온라인 강의 강제 데뷔는 이러한 온라인 중심 교육으로의 변화를 더 가속화 할 촉매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험실습이 필요 없는 일반 강연형태 강의는 몇몇 강의 잘하는 유명 교수들이 전담하게 되는 시대가 멀지 않은 미래에 펼쳐질 것이고(이미 유튜브 등에는 해외 유명대학 교수들의 강연이 넘쳐난다.) 대학들간에는 비용절감을 위한 교육 부분에서의 리소스 공유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대학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토론 및 참여형 교육, 기자재가 필요한 실험실습 등에서 일 것이다. 단순 지식의 전달은 새로운 매체(유튜브 등)에게 넘겨주고, 창의적인 부분(연구활동 등)이 강화하는 쪽으로 대학 교육이 변화할 것으로 생각된다.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극복을 위해 화학자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은.

-생물학의 최첨단은 분자생물학, 구조생물학이다. 생물체의 생체 메커니즘을 화학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 결국은 생물학의 궁극적인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와 관련해서도 코로나 진단부터, 치료약에 이르기까지 화학적 원리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분석화학자들은 코로나 진단에, 생화학자들은 코로나의 대사 이해에, 유기화학자들은 신약 합성 등의 부분에 기여함으로서 코로나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 전망은.

-4차 산업 혁명은 인공지능, 로봇,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데이터 과학 기술 등의 모바일 IT 기술융합 등을 중심으로 한 또 한 번의 생산성 혁신과 다양성 추구의 산업 변화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얼핏 듣기에 IT 기술이 중심인 것 같지만, 이들 분야가 꽃피고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화학을 비롯한 기초과학이 필요하고 여전히 기초과학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양자컴퓨터, 또는 이와 밀접한 인공시넵스 등에는 분자수준의 물질 이해 및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로봇 팔이 달걀을 깨지 않고 집어 옮기기 위해서는 소프트 메카트로닉스라는 기술이 필요한데 재료화학 기술이 사용된다. 웨어러블 센서나 IOT센서에도 화학분석 기술이 사용되고, 빅데이터도 신약합성 등에 이용된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하나의 기술이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과 융합해 다양한 응용분야를 갖게 될 덴데, 기초과학에 대한 지식 없이는, 특히 물질이 관련된 것이라면 화학에 관한 지식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학문 분야에 따라, 특히나 트랜드를 쫓아가는 분야는 시간에 따른 업·다운이 있지만, 화학과 같은 기초화학은 항상 중요하며, 4차 이후 5차, 6차 산업혁명은 기초과학의 중요한 발견으로부터 파생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루고 싶은 결과물, 업적 꿈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 교과서에 내 이름을 딴 법칙이나 공식 같은 것이 실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전기화학 분야의 연구를 계속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전기화학 분야의 중요한 학문적 발견을 남기고 싶다.

또한 기초과학 연구를 하다 보니 실제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응용연구에 본인의 연구를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바이오센서 연구를 계속하여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매우 빠르고 간편하게 각종 질병을 검출하는 센서와 같은 진단 도구를 개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후배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잘 쓰여진 전공서적을 한 권 쯤 집필하고 싶다.



△포항과 경북에는 포스텍 등 풍부한 R&D 인프라가 있다.어떻게 잘 활용 하면 화학 등 과학 기술을 더 꽃 피울 수 있을까.

-포스텍, DGIST, 방사광 가속기 등은 포항·경북이 가진 훌륭한 인프라다. 이러한 인프라 활용을 높이려면 우수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치돼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과학 이외의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와보니 선후배, 제자들이 직업 선택시에 직장의 위치가 서울(수도권)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를 가지고 매우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서울에 있는 회사가 객관적인 평가에서 지방에 있는 회사보다 못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회사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울 및 수도권이 가진 문화 및 과학 외 인프라의 힘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포스텍, DGIST 등의 우수한 과학 인재가 잠시 머물다가 떠나지 않고 포항, 경북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과학 외에도 전반적으로 포항, 경북이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초과학, 그리고 응용과학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질문이 어렵다. 이것을 이야기하려면 정치부터 해서 교육까지 사회 전반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 같다.

그러한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초과학이나 응용과학으로 성공하는 성공사례가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IT강국인 우리나라에는 IT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이 있다.

V3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 박사, 네이버, 카카오, NC소프트 등을 창업한 이해진, 김범수, 김택진 사장들 같은 개인의 성공사례나 삼성, 하이닉스 같은 기술기업의 성공사례가 있는데, 기초과학분야에서는 이러한 대중적인 성공사례가 드물다. 논문조작으로 판명 난 황우석 사태 정도가 대중들의 기억에 있을 뿐이다.

이는 기초과학의 학문적 특성상 장기간 연구해야 성과가 나오는 점이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는데 장기간의 기초연구만으로도 학문적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면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기초과학분야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같은 스타 과학자가 나온다면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대중에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고 등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가끔 고등학생들 혹은 학부 저학년들 앞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하는 말이 있는데, 심지어 모교인 경북과학고등학교 졸업식 축사에서도 한 말인데 영어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보통 영어보다 수학·과학 좋아하는 학생들이 이공계로 많이 온다. 대부분의 이공계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싫어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학·과학에 비해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이라는 것이 대부분 서구 문명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중심으로 지식의 생산 및 기록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학제 간의 영역이 무너지고 융합연구 협동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나 언어로 소통하는 능력, 과학 이외의 인문학 지식 같은 것들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영어는 배움에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 시절에 많이 공부해 두기를 추천한다.



△공무원이 대세인 시대, 안정적인 직장에 모두 매몰되고 있다. 맞는 현상일까.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없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안정적인 것에 대한 선호가 직업에까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화학에 화학평형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평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대쪽에 많은 이점을 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공계에 관심 있고 적성에 맞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면 이공계 취업비율을 늘릴 수 있고, 창의적인 도전에 대해 실패를 탓하지 않는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창업도 증진할 수 있다.



△ 삶에 대한 조언이나 지혜를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격언이 있다면 ‘하면 된다’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정말로 하면 되더라. 물론 죽이 될지 밥이 될지는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하면 뭐라도 되더라. 시도하는 것,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을 부러워하기만 해서 되는 것은 절대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되기’ 위해서는 일단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하는 과정 중에 열심히 노력하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뜻하지 않은 주위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때로는 운이 좋기도 해 원하는 데로 이뤄지기도 하는 것을 보아 왔다.

이 기사의 독자가 정확하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이공계 후배들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고, 노력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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