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6일 공개됐다. 이 군은 편지에서 “아빠가 북한군에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을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이어 이 군은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습니까”라고 피눈물로 절규했다.

추석 전날 KBS 공연에서 원로가수 나훈아씨가 “왕과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나, 모두 보통 국민이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들이 생길 수가 없다”고도 했다. 북한군에 아버지를 살해 당한 이 군의 절규나 나훈아의 쓴소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위정자(爲政者), 국민 모두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글이며 일갈이기도 하다.

국민이 못나서 망나니 언행을 일삼는 위정자들이 활개를 치고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잘못된 이 현실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못난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제대로 알 권리를 주장하고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의 생명을 방치하는 사태까지 생긴 것이다. 공무원 이씨가 바다에 표류하면서 북한군에 죽임을 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진 시간에 군과 정부는 방관만 하고 있었다. ‘정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북한군에 무참하게 피살되고 월북 혐의까지 받고 있는 공무원 이씨의 아들과 가족이 얼마나 통분하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가는 보지 않고도 우리는 알 수가 있고 공감할 수가 있다. 이 군이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고 있을 때 대통령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이 피눈물 같은 물음이 국민의 가슴을 적시며 파장을 일으키자 문 대통령은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답했다. 과연 문 대통령의 이 말에 얼마만큼 진정성이 담겼다고 볼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북한 책임을 일절 거론하지 않다가 북측이 “미안하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오자 반기듯 “긍정적”이라고 화답까지 했다. 이래놓고 이 군의 편지에 “가슴이 아프다”고 답한 대통령의 진정성에 고개를 숙이고 인정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 군은 “우리 가족은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매일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절규에 우리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 “나라는 뭘 했나”라는 이 군의 질문에 정부는 분명한 답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했다. 영해를 침범하지 말라는 북한의 엄포에 NLL 인근까지 가지도 못한 채 남쪽 해상에서 챗버퀴 수색을 벌이는 해경이 북한을 의식해 야간에 필수인 조명탄도 쏘지 않고 수색을 벌이고 있다는 행위가 ‘보여주기식’으로 비춰지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이런 수색에 유종의 결과를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청와대는 북한의 ‘미안’하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받은 즉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지난달 8일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와 김정은의 답신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친서에서 김정은의 재해현장 방문을 언급하며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김정은도 12일 보낸 답신에서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고 했다. 양쪽 수뇌부 간의 친서가 오간 지 열흘 만에 북한은 우리 공무원을 총으로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도대체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를 얼마나 우습게 보기에 이런 짐승 같은 짓을 하는 것인가. 정부가 답을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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