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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영희 서예가 "애민정신 담긴 한글, 직접 쓰면서 고유 의미 알아야 활용 가능"
[인터뷰] 류영희 서예가 "애민정신 담긴 한글, 직접 쓰면서 고유 의미 알아야 활용 가능"
  • 김현목 기자
  • 승인 2020년 10월 08일 20시 4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09일 금요일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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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유엔 등재…문자올림픽서 2번 우승 등 장점 많아
류영희 서예가가 6일 대구 중구 경북서예학원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예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시민이면 적어도 한번은 류영희 서예가의 글씨를 봤을 것이다.

대구한글서예협회를 창립할 정도로 지역 한글서예를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한글 자체의 우수성와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동구청 청현관에 걸려 있는 ‘대구시민헌장’, 대구시청과 여성회관의 ‘대구시민헌장’, ‘2·28기념조각동산명’ 등 수많은 공공시설 표문 등을 장식한 것도 류 서예가의 글씨다.

지난 6일 경북서예학원에서 류 서예가를 만나 한글의 의미와 한글 서예의 가치 등을 들었다.

△2010년 대구한글서예협회를 처음 만들었다.

-한글날이라고 정해져 있었지만 이를 기념 수 있는 움직임이 없었으며 당시에는 공휴일이 아니었다.

제주도에서도 특색있는 행사가 있었는데 영남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기였다.

비슷한 수준의 단체가 서울은 있었지만 영남지역에는 없었다. 당시 지역에는 서예 관련 단체가 미협·서협·서가협 등 3곳이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안되고 다른 협회와 협의해서 만들게 됐다.

3곳 단체협회장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선배 위치에 있다 보니 나서게 됐으며 지방에서 한글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3명이 함께 의기투합해 공동 회장을 해서 대구한글서예협회를 출범시켰다. 3명의 협회장들이 모두 문화생이 있었고 200명 정도 됐다. 이들이 모두 힘을 합쳐 200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시작했으며 한글 사랑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작품을 함께 발표하고 대구의 자랑거리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진행하면서 한글과 지역 사랑을 자연스럽게 실천했다. 작품 판매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는 등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펼쳤다.

△한글과 글쓰기를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사가 많은 종갓집에서 태어나 지방 등을 쓰고 난 뒤 남은 먹물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남은 먹물에 애착이 가 곧바로 버리지 않고 종이에 그림이나 글을 쓰고 난 뒤에 버렸다. 어려서부터 먹과 먹 향기에 익숙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 만난 교사가 서예를 했으며 지방 쓰는 법 등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초등학교부터 붓글씨 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돌이켜보면 서예가로서의 출발점이 초등학교였다. 당시 공책·칠판 등에 글을 쓰면 담임교사는 물론 다른 교사들도 칭찬을 해줬다. 어린 마음에 칭찬받는 것이 좋았고 글 쓰는 것에 더욱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이다 보니 한문보다는 한글을 먼저 접했으며 우리나라 글인 만큼 쉽고 간결했다.

한글 글씨를 가지고 더 아름답게 쓸지를 고민했으며 쓰면서의 즐거움이 쓰고 난 뒤의 칭찬으로 합쳐지면서 계속하게 됐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훌륭한 교사를 많이 만나다 보니 더욱 자신감이 커졌다. 교사라는 꿈도 가지게 됐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사범대학에 입학했다.
 

류영희 서예가가 6일 대구 중구 경북서예학원에서 한글 서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한글의 장점은 무엇인가.

-세종대왕이 만든 자·모음이 24자다. 축약하면 자연과 인체의 원리를 담아 법칙을 만들었다.

과학적·조직적으로 더 들어가면 천·지·인이 나온다. 동그라미·땅·사람의 형상만 생각하면 자음과 모음이 쉽게 이뤄지는 글이다. 이론적으로 쉽고 구성상 잘 이뤄진 글자인 만큼 짧은 시간에 배우고 많이 익힐 수 있어 보급하기 좋다. 구성 자체가 애민정신을 담고 있는 것이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글씨 시간을 만들어 가르쳐 봤는데 직접 쓰면 이러한 의미가 더욱 부각된다. 한글 원리를 파악하고 의미를 가지고 쓰면 심취해져 다른 것은 잊어버릴 수 있다. 글로 직접 쓰면 한글에 담긴 의미가 더욱 와 닫는다.

글자 자체의 아름다움과 정체성, 우수성, 과학적인 부분 등은 유엔에도 등재될 만큼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문자올림픽에서 2번이나 우승하는 등 장점이 너무 많다.

미국에서도 한글날을 받아들였다고 들었다.

자음과 모음 자체를 디자인화해서 옷에 입히고 소지품도 만든다. 티셔츠 같은 경우 영어가 담긴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K팝처럼 한글도 한류의 한 분야로 발전시킬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아가고 있지만 아쉬움 점은 무엇인가.

-우리 스스로 한글의 우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교육 정책적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글 쓰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서예가 교과 과정에 포함돼 많이 보급됐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사라졌다.

정규수업에서 빠져 방과 후 수업으로 갔고 지금은 더욱 줄어들었다. 민족 고유의 한글 서예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반면 외국에서는 문자 자체로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한글 서예를 배우는 사람은 이미 어렸을 때 접해본 사람들이다. 그만큼 어린 시절 경험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사회 풍속이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빨리 결과를 봐야 하고 단기간 이뤄지는 급한 사회가 됐다. 서예는 한번 시작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멀어진 것 같다.

한글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모든 것에는 정도와 기본이 있어야 한다.

단순 디자인으로 보여 지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한글을 쓰면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변형되면 본래 한글의 목적에 어긋날 수 있으며 글자 자체를 파괴적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한글을 쓰는 진정한 즐거움을 알아야 한글을 봤을 때 의미를 알 수 있다.

교육청에서 의도적으로 우리 글씨, 고유의 글씨를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음미하면서 글 쓰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것.

-한글 법첩을 보급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법첩은 글씨의 뿌리라고 할 수 있어 자신의 글씨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길잡이다.

한글 법첩이 많은데 이러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법첩의 종류가 많은 만큼 그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그럴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자신에게 맞는 법첩을 찾아야 자신이 어떤 글을 쓰는지 알아 수 있다. 결국 더욱 발전된 글을 쓸 수 있고 한글에 담긴 의미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류영희 서예가는 1942년 대구 침산동에서 태어났다. 동인초·경북사대부중·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경주와 대구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6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으며 국제전 포함 각종 전시회를 300여회 진행했다. 지난 1976년 경북서예학원을 설립,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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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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