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철 한동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지난 몇 해 동안 우리 사회는 정치인과 공직자 및 그 가족들의 다양한 이해충돌에 대한 논란으로 잠잠할 날이 없었다. 그런데 이해충돌과 비리를 혼동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혼란을 낳고 있다.

이해충돌이란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공적 역할과 그들이 가진 부수적이고 사적인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축구 심판이 자기 아들이 뛰는 경기에서 주심을 맡는 것은 이해충돌을 일으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행충돌은 어떤 상태이나 상황을 가리키며 부당하고 비정상적인 이익추구가 실제로 일어났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들이 출전한 경기에 심판으로 휘슬을 부는 순간 이미 이행충돌은 일어난 것이다. 그러다가 편파적인 판정을 하면 그때 비리가 된다. 최근 문제가 된 박덕흠 의원의 경우 자신의 주장대로 비리가 없었던 하더라도 자신의 형과 아들이 건설사를 운영하는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다.

이해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충돌이 곧바로 구체적인 범죄나 비리로 이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부모가 교사로 있는 초중등 학교에 자식을 배정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생겼다.

이해충돌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연구자가 국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교육부 산하의 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받는다면 이해충돌이 생긴다. 초중등 학교와 달리 대학에서는 부모가 교수라는 이유로 자식이 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처럼 모든 이해충돌이 비리가 되는 것이 아닌데도, 뚜렷한 증거 없이 이해충돌의 정황만으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다.

단 이해충돌이 불가피할 때 그 상황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자는 자신이 어디에서 연구비를 받았는지 밝히고, 부모의 수업에 자식이 들어오는 경우 대학에 그 사실을 미리 신고하고 성적 부여 등을 투명하게 관리하게 해야 한다. 이해충돌이 불가피한데 그 상황을 숨기면 비리의 의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교수인 부모의 수업에 자식이 학생으로 들어가 좋은 성적을 받은 경우에 그 사실이 미리 보고되고 관리되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면 비리일 공산이 크다.

최근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안을 만들고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런 제도가 과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해충돌의 기피와 공개의 원칙을 명확하게 하여 책임과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조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본인이 실제로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으니 떳떳하다는 식의 부적절한 변명이 통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법과 규정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비리는 사후적으로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지만, 이해충돌의 방지는 사전 예방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고려할 점이 많다. 이해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와 불가피한 경우를 일일이 규정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시민이 이해충돌을 해소하는 기피와 공개의 원칙을 이해(理解)하여 스스로 자중하고 권력자를 감시하며 가짜뉴스를 판별해야 한다. 막연하게라도 권력을 얻으면 유익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이해충돌의 상황에 놓이는 것 자체를 부끄럽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야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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