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방역 구멍…단체 식사 잦고 마스크 착용 소홀
거리두기 부주의로 집단감염 속속

10일 경주 양북면 풍력발전단지 주차장에 SUV 차량들이 트렁크 문을 연 채 ‘차박’에 한창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캠핑 생각이 간절한데…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네요”

평소 가족들과 캠핑을 즐기는 A(62)씨는 수일 째 이달 중 갈 수 있는 캠핑장을 찾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전국 곳곳에 캠핑객들이 몰리면서 예약이 굉장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씨는 “퇴직 이후 직접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고 필요한 장비를 모으면서 캠핑을 다녀오고 있으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예약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며 “가격이 더 비싼 글램핑장으로 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9개월여 동안 이어지면서 지역 곳곳 해변과 휴양림, 캠핑장은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피해 휴가를 즐기려는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다.

주요 캠핑장은 물론 간이해수욕장, 공원 등 지역 곳곳에 숨어있던 캠핑 명소들은 주말마다 텐트와 캠핑카들로 가득하다.

11일 찾은 포항시 북구 용한 간이해수욕장도 주말을 즐기려는 캠핑객들로 넘쳐났다.

이곳에서 만난 B씨는 “서핑을 즐기는 친구를 따라 용한 해수욕장을 찾아 주말 동안 머물고 있다”며 “여름보다 시원한 가을 날씨를 즐기는 캠핑이 훨씬 맘에 든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일 힐링 명소로 손꼽히는 경주 양북면 풍력발전단지 주차장에도 수십대의 SUV 차량이 트렁크 문을 연 채 ‘차박’이 한창이었다.

차박은 차 안에서 숙박하며 즐기는 여가 활동이다. 캠핑카처럼 별도 장비를 갖추거나 개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게 특징이다.

중학생 딸과 함께 첫 차박에 나선 한 남성은 “캠핑을 시작하려고 보니 기본적인 텐트, 침낭, 코펠을 제외하고도 준비할 물건이 너무 많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차박을 준비했다”며 “경치도 좋고 기분 좋은 바람도 불어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등이 제한되자 캠핑·차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캠핑카로 개조한 차는 3214대로 2019년 같은 기간의 1119대보다 287%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캠핑카 개조 대수(2195대)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 들어 7월까지 SU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가량 늘었다.

경북지역 인터넷 캠핑 예약 홈페이지를 봐도 남은 10월 동안 주말에 예약할 수 있는 캠핑장은 찾기 어렵고, 오는 11월 예약 상황도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다.

다만, 야외에서 즐기는 캠핑도 ‘코로나19 안전지대’라고 볼 순 없다.

다수의 인원이 같은 화장실과 개수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이 이뤄질 수 있고, 야외라는 생각에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는 것도 감염 위험을 키운다.

실제로 지난 5일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부부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난 추석 연휴에 지인 2명과 함께 2박 3일간 전북 부안의 한 캠핑장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돼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지난 7월 2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홍천의 한 캠핑장에 다녀온 캠핑객 18명 중 속초와 성남, 김포 확진자 등 모두 9명이 집단감염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야외라고 하더라도 ‘3밀(밀폐·밀집·밀접)’의 환경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휴가는 여러 가족이 아니라 한 가족 단위로, 소규모로 가고 전세 버스를 이용하거나 단체 식사를 하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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