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에 태어난 18살 소녀는 자신이 태어나기 훨씬 전 어머니조차 20살 무렵이던 1994년 가수 김혜림이 발표한 ‘날 위한 이별’을 그야말로 깊은 감성과 가창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불렀다.

이 학생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KBS ‘가요톱10’을 요즘 10 대들의 새로운 감각과 감성으로 재해석해 불러 경연하는 뉴트로 가요프로그램 ‘전교톱10’ 추석특집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노래를 만든 김형석 씨는 “노래를 타고난 친구고 정말 잘했다. 작곡가로서도 고맙다”고 극찬했다.

바로 포항예술고등학교 2학년 이나빈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만난 이 양은 우승 후 주변 반응을 묻자 “처음에는 추석 특집의 저녁 시간대 방송이고 KBS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볼 거라 무서웠지만, 친구·친지 등 주변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며 “다들 ‘많이 떨렸을 텐데 떨지 않는 느낌으로 잘 불렀다. 수고했다’고 했다”며 담담히 응원들을 전했다.

이 프로 MC로 나선 가수 이적은 ‘고교 2학년 답지 않은 프로의 실력’이라 했고, 김희철 또한 노래를 듣고 경악하며 ‘그대가 나가야 할 프로는 불후의 명곡’이라고 했다. 방송을 본 많은이들도 ‘위로받았다’, ‘눈물이 난다’고 댓글을 달며 그녀의 감성 있는 목소리를 칭찬했다.

‘당장 내일 데뷔해도 손색이 없다’ 등 칭찬세례와 함께 연예인 판정단 10명 모두 투표한 ‘올스타’도 획득했다.

이 양 또한 ‘제 노래를 듣고 한 명이라도 울었으면 좋겠다’고 출전 소감을 밝힐 만큼 자신의 강점을 ‘감성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출연 계기에 대해서는 유명 유튜버인 ‘창연의 거리노래방’ 경주 편에 출전해 어느 정도 이미 알려진 상태였는데 다, 자신의 개인 유튜브에 방송 작가가 댓글로 연락 요청을 받고 승낙, 지원했다고 밝혀 대세인 ‘유튜브’라는 미디어의 위력 또한 실감케 했다.

‘날 위한 이별’은 자신이 태어나기 훨씬 전 노래이기에 사실 곡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사람이 아닌데도 그때 감성, 옛날 생각들이 나서 놀랐다. 노래도 좋았고. 그분 (김혜림) 감정도 너무 좋았다”고 원곡의 장점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저의 장점인 감성을 살리고, 원곡의 느낌도 살려야 해서 처음에서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 시절 감성을 느끼고 익숙해지기 위해 1974년생인 어머니와도 대화도 많이 하고 다른 좋은 노래들도 조언받으면서 ‘세대 간 공감’도 이뤘다.

노래의 기술적인 면보다 감성적인 면을 더 보여주려 특히 더 노력했다.

이 양은 “포항예고 실용보컬 강사인 임승환 선생님께서 많은 좋은 조언을 해주셨다. 원곡을 살리면서도 멜로디를 높게 변형하고, 뒤로 가면서 전조도 되게 도와주셨다”고 감사했다. 이 학교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그녀는 호흡조절 등 감정에 도움되는 데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1절과 2절이 비슷한 ‘그냥 흘러가는 노래’ 보다는 감정이 격해지는 ‘포인트’가 있는 노래가 학생의 취향이자 장점인데 선생님이 잘 포착한 것.

좋아하는 노래는 고 김광석 씨 등의 서정적인 곡이며, 권진하와 폴 킴 등 어쿠스틱한 노래도 많이 듣는다. 롤모델은 세계적인 디바인 ‘비욘세’.

“비욘세 언니는 (관중을 압도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풍기는 ‘포스’가 달라요. 또 라이브를 딴딴하게 잘하죠. 노래·춤·연기를 다 잘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비욘세처럼 연기·춤 등 다양한 도전을 해 볼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요(웃음). 그럼요. 할 수 있으면 해야죠”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꽤 오랜 침묵 후 답이 나왔다. “음…제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꼭) 가수가 아니더라도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진솔하고 순수한 해답이었다. ‘노래 잘한다’는 칭찬보다 ‘울었다’. ‘공감받았다’.‘ 위로받았다’는 말이 좋다고도 했다.

그의 ‘끼’는 타고 난 걸까? “유치원 때부터 MC도 하고 노래하고 무대 나가는 것이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경주시에서 하는 합창단 4~5년 동안 노래를 불렀죠.”

성악을 해 보라는 권유도 있어 1년간 해봤지만, 실용보컬을 하고 싶어 결국 포항 예술고로 진학했다.

부모님 두 분 다 노래 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특히 엄마는 성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을 유전자에 새겨진 듯 했다.

흑인 R&B 장르가 좋다며 향후 대학도 실용보컬 음악과에 진학하길 원했고, 화성학 등 작곡 공부도 더 해보고 싶은 뜻을 보였다.

직접 작곡을 해서 그 곡을 부르면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노래 커버(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신만의 음색으로 편곡해 부르는 것)하는 것보다 본인 스타일도 더 잘 보일 거라는 다짐이다.

더 깊은 감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삶의 경험’.

“이별 노래가 많은데 아직 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이별을 못해 봤다(웃음 ). 연애(사랑)를 해봐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향후 전교톱10의 ‘왕중왕전’이라는 도전도 남아 있다. “1등 욕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첫 도전에 1등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뤘지만 힘든 상태다. 왕중왕전은 얼마나 더 힘들겠나. 그래서 부담 없이 하고 싶은 노래를 하고 깔끔하게 내려오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녀 또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1학년 때는 공연 많이 다녔다고 저희 공연을 보러 사람들이 학교로 많이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다 취소됐다”며 “작년과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많이 연습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빈 학생은 “나중에 좋은 가수, 좋은 사람이 되어서 TV에서 저를 보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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