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발생한 고층건물의 화재는 경북과 대구도 주목해야 할 시사점이 많다. 초고층 건물의 대형화재였음에도 희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 고층 아파트 화재에 필요한 장비의 미비 등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33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형화재였음에도 희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소방대의 신속 출동과 침착한 초기 대응이 주효했다. 소방대가 화재 발생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127가구 전부를 한 집 한 집 확인해가며 구조작업을 벌인 결과다.

여기에다 입주민의 평소 화재 대피 훈련 매뉴얼에 따른 공동체 의식의 발휘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물에 불이 확산하는 중에도 안내방송을 하거나 다른 집의 초인종을 눌러 이웃과 함께 피난층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어린이나 노인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침착함까지 보였다니 배울 점이 많다.

평상시 경북과 대구의 고층 아파트 주민에 대한 화재 대응 훈련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희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울산 고층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지역의 고층아파트 주민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고층건물의 화재를 진화할 70m 고가사다리차 등 진압 장비 도입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70m 이상 높이에 접근할 수 있는 굴절사다리차가 전국에 10대 밖에 되지 않고, 경북·대구 지역에는 단 한 대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북과 대구에는 30층을 넘는 고층 건물이 339곳이나 된다.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이들 고층 건물에 화재가 난다면 속수무책인 것이다. 우선 초고층 고가사다리차 확보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초고층건물 소방안전설비 기준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점검, 체계적이고 주기적인 소방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또 울산 화재에서 취약성이 드러난 알루미늄 복합패널 아파트 외장재에 대한 일제 조사와 화재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외장재는 건물 외관 꾸미기에 좋아 학교와 상가 건물, 주상복합 아파트에 널리 쓰고 있다. 하지만 불씨가 일단 알루미늄 복합패널 내부로 번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여러 화재 사고에서 피해를 키운 ‘샌드위치 패널’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울산 화재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층건물 화재 예방에 한층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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