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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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는 광기(狂氣·insanity)를 단순히 문화적 일탈로 간주하고 광기가 그 문화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대중에 의한 일탈행위는 문화적으로 허용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편벽되다.

광기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행위로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광기를 발산하는 주체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지식인일 경우 인간 공동체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집단광기로 증폭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귀를 잘라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한 화가 고흐의 광기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미셀 푸코류의 광기다. 또 독일 문학계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는 신대륙의 발견도 광기의 결과물이라 했다.

하지만 집단광기는 피를 부른다. 최근 우리 사회에 집단광기의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쓴 소설가 조정래씨(77)가 등단 50주년 회견에서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친일파, 반역자가 된다”며 “150만에 이르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된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주장을 했다. 그는 “반민특위를 반드시 부활시켜 법으로 다스려야 된다”고도 했다.

조씨의 발언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정도면 광기. 시대착오적 민족주의 안에 잠재된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됐다”고 비판했다. 최근 서민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을 공부 못하는 학생에 비유해 비판한 데 대해 ‘학력 비하’로 난독하며 두둔한 김정란 시인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각종 의혹을 일축하며 끝까지 지지를 선언한 소설가 공지영 등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문필가들이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위험한 논리가 ‘문파(문빠)’의 극우적 집단성과 결합하면 모택동 개인숭배 세력과 모택동의 혁명을 향한 의지가 결합 돼 학생들로 이뤄진 홍위병과 인민에 의해 계급의 적으로 규정된 수많은 전문가, 학자들이 희생된 중국 문화대혁명과 같은 집단광기를 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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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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