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왠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그릇을 굽는다는
옹기전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가 좀 빈 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 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장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있다
가끔 생각해 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보다는
실패한 것을 택하니


<감상> 잘 빚어진 것보다 투박한 항아리에 정이 가는 건 좀 모자라는 빈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투박한 항아리끼리 모인 장독대라야 된장과 진장의 참맛이 제대로 익어갈 것이다. 잘난 놈들끼리 모아 놓으면 그 틈을 된장과 간장에게 주지 않을 것 같다. 어머니는 늘 투박한 항아리를 빛나게 닦으시다가 항아리처럼 둥글납작하게 되어 갔다. 항아리의 귀를 만지면서 자신이 돌아가야 할 때와 곳을 아신 것 같다. 항아리가 흙에서 나왔듯, 아무리 잘난 체하는 사람도 흙으로 돌아가는 건 매한가지다. 모자라고 실패한 사람들에게 표독스런 눈동자를 보내지 말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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