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인간에게 혈육의 정은 천륜(天倫)이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의 가장 기초적 단위인 가족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근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족은 언제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그래서 인간은 가문을 구성하고 사회 진출의 주춧돌로 삼는다.

자칫 가족이 해체되는 것은 곧 파멸을 의미할 정도로 사회적 소멸의 위기를 겪는다.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다. 서로 접촉과 왕래가 금기시되면서 인간관계의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에 사는 11살 로미오 콕스가 코로나 여파로 비행편이 끊기자 영국 런던에 있는 할머니 로즈메리(77)를 만나기 위해 2735km(1700마일, 684리)를 걸어가 감동을 주고 있다.

‘할머니 찾아 삼만리’에 나선 콕스는 아버지와 함께 6월 20일부터 약 3달을 걸어 지난 4일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이들 부자는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스위스, 프랑스 등을 가로질러 걸으면서 여러 번 위협을 물리쳤다. 야생 당나귀를 만나고 들개 떼에 쫓기고 길을 잃기도 했다. 긴 거리를 걸어 발이 부르트고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새와 귀뚜라미 소리 때문에 야외에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렇게 93일이 지난 뒤인 지난달 21일 두 사람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콕스는 영국 정부의 코로나 지침 때문에 2주간 격리한 뒤에야 옥스퍼드셔 위트니에 사는 할머니와 재회할 수 있었다. 콕스는 “나는 정말 할머니가 그리웠고 만나기 전날 잠을 잘 수도 없었다”며 “길을 잃고 말벌 둥지 아래에서 잤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핏줄은 코로나도 막지 못했다. 성인도 하기 힘든 할머니를 찾아 나선 소년의 대장정이 코로나 상황에도 인간의 위대함을 잃지 않게 해주고 있다.

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