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성 ‘추억의 스위스’
대구에서 활동 중인 양희성은 발달장애라는 신체적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고 붓으로 편견의 틀을 조금씩 깨어 가는 서양화가이다. 그에게 미술은 심리치료를 위한 그림 그리기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내재 돼 있는 예술세계를 회화로 승화시켜 내려는 신념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그동안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의 아이콘이 되는 셈이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술대학 입학과 대학원 진학이라는 절차를 어렵게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실현’이라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비장애인과 같은 작업환경 속에서 창작을 펼치는 그에게 일관된 조형적 미의식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으려는 선한 의지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이번 전시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작가의 기량을 유감없이 자랑하고 싶은 예술가적 본능에서 발현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25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마련되는 그의 개인전에는 그동안 다양한 주제로 제작한 회화작품 30여 점과 설치작품이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양희성 ‘그리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얻어지는 ‘감사’의 가치를 화가라는 삶 속에서 찾아가는 그의 행보는 여느 작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 스스로 순간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일상에 대한 인상은 창작을 위한 모티브가 되어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일기처럼 소중하게 새겨진다. ‘어느 하루(one day)’라는 부재는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감사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로 전달된다. 로마, 피렌체, 산토리니, 홍콩 등 세계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그려진 근작들은 과거 해외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을 그림으로 묘사한 작품들이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여행지에서 얻게 되는 새로운 문화적 교감은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보게 됨으로써 편협된 자아의식을 재정립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가족과 함께 즐겼던 여행의 즐거움을 표현한 ‘시선2’는 인물을 화면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배경이 되는 하늘의 구름을 중앙에 그려 넣음으로써 시각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제는 항상 화면의 중앙에 그려져야 한다는 일반적 관념적 틀을 깨고 관람자의 시각적 관점보다 주제가 주는 유머러스한 인상과 화면 구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시각적 잔상은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가져다주는 이미지의 재인식으로 이어져 유니크한 감정을 발산시키는 원천이 된다.
양희성 ‘빛의 도시’
작가 양희성의 회화적 특징은 이처럼 일반인들이 갖는 관념적 구도와 색채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눈높이가 주는 사고의 새로운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다. 몇 해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제작한 작품 ‘그리움’은 일상에서 손자를 위해 무언가를 늘 만들어주시던 인자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유난히 가족애가 깊었던 작가의 집안 환경은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지내왔던 아름다운 모습들이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그리움이라 감정으로 표출된 것이다. 주제가 되는 인물 외 배경은 추상적 면 구성이 주는 단조로움으로 이어져 오로지 얼굴에 시각적 집중력을 높이려는 치밀한 계획에 의한 구성인 셈이다.

설치작품 ‘공존의 마을’은 흙으로 제작한 입체 도자 조형물들이다. 백자 토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성형하고 그 위에 유약을 발라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 작품들은 저마다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가옥구조와 형태를 가진 집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신뢰와 배려를 통해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 나가는 현대사회를 입체적으로 묘사해 낸 작품이다. 작가가 꿈꾸는 이상적인 유토피아 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들이 함께 어우러져 긍정적 에너지가 넘쳐나는 마을을 꾸미고 싶은 간절한 바램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을 받아 ‘2020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