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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품절…돈 주고도 못 맞는다
독감백신 품절…돈 주고도 못 맞는다
  • 하철민, 전재용, 류희진 기자
  • 승인 2020년 10월 14일 20시 4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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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데믹' 우려에 포항·구미 등 일부지역 '품귀' 현상
대구시는 공급물량 유동적 조정하면서 큰 혼란 피해
"영유아 등 취약계층 우선 접종 국민적 인식전환 필요"
유통 중 백신 상온 노출 사고로 접종이 전면 중단됐던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된 13일 오후 대구 북구 한국건광관리협회 경북지부 앞에 유료 및 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려는 시민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 한 관계자는 상온 노출 사고가 발생 때문인지 무료 접종에 비해 유료 접종이 훨씬 많다고 밝혔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백신이 다 떨어졌대요…무료접종은 고사하고 이제는 돈을 주고도 예방접종을 할 수가 없어요”

3살 아이를 둔 포항시민 A씨는 아이의 접종을 위해 동네병원 4곳을 방문했으나 모두 백신이 조기 소진돼 접종에 실패했다.

지역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백방으로 찾아봤지만 병원 문의전화에서는 ‘백신 재고가 없다. 내일 다시 전화해 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최근 백신 상온 노출 이후 부작용이 염려돼 아이의 접종을 미뤘는데, 지금은 백신이 없어 못 맞춘다”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유·무료를 막론하고 만 12세 이하 어린이 독감 백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4일 경북일보가 포항 소재 소아청소년과 병원 6곳을 확인한 결과 5곳에서 재고 소진으로 인해 접종이 불가능했다. 남은 1곳은 유료 백신 일부만 남아 있었으나 이마저도 오전 중 모두 동났다.

현재 물량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백신은 생후 6개월~만 12세 이하용으로 정부가 계약한 도매업체가 일괄 공급하는 게 아니라 개별 병원이 백신 제조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직접 백신을 구매한 뒤, 정부에 백신 비용을 청구하는 식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제조사로부터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무료접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오늘 같은 경우 어린이 무료 백신이 약 50명분 입고됐는데 진료 시작 이후 1시간 내외로 소진되는 것 같다”며 “제약업체를 통해 유료 백신을 구하려고 해봐도 구매할 수 있는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경북 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구미시의 경우 만 12세 이하 어린이 백신이 약 1만개~1만2000개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14일 보건복지부는 만 13세 이상 18세 이하 독감백신 물량 중 10%까지 12세 이하 어린이에게 접종해도 된다는 지침을 내려 같은 날 오후부터 접종이 재개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일각에서는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져 이 같은 물량 부족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 관계자는 “불안한 마음은 알겠지만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젊은 층의 경우, 꼭 접종할 필요는 없다”면서 “올해에는 코로나19 우려가 커지면서 예년과는 전혀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는 것 같다. 어린 영유아를 비롯한 취약계층이 우선될 수 있도록 전국민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구미와는 달리 대구는 ‘백신 부족’ 우려를 비켜나간 모양새다. 일부 지정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유·무료예방접종 백신 물량이 동나기도 했으나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유료예방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안내하거나 무료 백신 공급물량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면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4일 찾은 대구 동구 한 독감 예방접종 지정병원 앞에는 10여 명의 시민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몰렸으나 병원 관계자는 신분증 확인, 체온 측정을 한 후 예방접종 장소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무료접종 대상인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만 13∼18세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든 시민이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어제(지난 13일) 예방접종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몰렸던 인원보다는 훨씬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 정도 방문자 수라면 백신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수성구보건소는 만 13∼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급된 백신 물량을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조정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 독감 백신은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일부 병원이 유통 중 ‘백신 상온 노출’ 사고의 여파로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수성구 지역 내 지정병원 187곳 중 일부 병원에서는 예방접종 첫날 만 12세 이하 어린이 예방접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이에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13일부터 만 13∼18세 이하를 대상으로 공급한 백신 물량을 돌려서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첫날에는 일부 병원에서 작은 혼선이 있었지만, 현재 지역 내 백신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전했다.

동구보건소를 비롯해 북구·서구·달서구보건소는 유료예방접종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오면 지정병원 백신량을 확인해 안내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백신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인지 유료예방접종을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문의가 오는데, 많지는 않다”며 “오히려 무료예방접종 기간이 조정되면서 날짜를 착각한 어르신들이 병원을 잘못 찾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료예방접종을 위한 백신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병원에서 부족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역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민이 혼란을 겪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무료예방접종도 현재 공급량과 접종률을 봤을 때 부족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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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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