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피를 흘리고
귀여워지려고 해
최대한 귀엽고
무능력해지려고 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
달려보려고 해
연통처럼 굴뚝처럼
늘어나는 감정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울어보려고 해
우리는 젖은 얼굴을
찰싹 때리며
강해지려고 해



<감상>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피터지게 싸우고, 겉으로는 최대한 귀엽게 웃는 표정을 짓는다. 속으로는 온갖 음흉한 마음을 품고, 얼굴은 미소로써 화답하는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한다. 이는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을 짓밟고 인도와 차도를, 정도(正道)와 사도(私道)를 구분하지 않고 질주하는 전형성을 띤다. 이들은 주인에게 꼬리 흔드는 개처럼 남의 일거수일투족을 고자질하여 이익을 취한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남을 짓밟고 올라서지 말자. 그러니 능력 있는 사람이 오히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능력해지고 만다. 정말 울화가 터져 연기처럼 길게 제 울음을 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다. 세상 같은 건 참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상대방이 젖은 얼굴을 찰싹 때리면, 다른 쪽 뺨을 내미는 엔진을 장착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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