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코로나19로 늘어난 작업 물량에 피로감 호소"
쿠팡 "택배업무와 상관 없는 포장재 공급 지원 담당"

택배기사가 배송 업무를 하던 중 과로사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분류작업을 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퇴근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경북일보 DB.

택배기사가 배송 업무를 하던 중 과로사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분류작업을 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퇴근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로 대폭 늘어난 작업물량에 시달리던 청년이 인력충원과 근무 장소 변경을 요구했지만, 쿠팡 측이 이를 외면해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서비스연맹 대구·경북본부 등 4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오전 6시께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분류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장덕준(27)씨가 자택 욕실에 숨진 채 발견됐다고 15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장씨는 칠곡군 쿠팡문류센터에서 1년 넘게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했다. 장씨의 업무는 물류센터 중에서도 노동 강도가 가장 높았던 ‘야간 택배 물류 작업’을 해왔다.

근무시간은 전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총 9시간이었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으면 1~2시간 추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오 서비스연맹 대경본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물량이 대폭 늘어나 작업량도 급격히 늘었음에도 인력은 늘어나지 않은 채 작업이 이뤄져 왔다”며 “최근까지도 고인은 일이 너무 힘들어 인력을 충원해주거나 근무 장소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쿠팡 측은 장씨가 물류센터에서 비닐과 빈 종이상자 등 포장재를 공급하는 지원업무 담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장씨가 택배업무 및 택배분류 작업과는 상관없는 업무를 담당했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16일 오전 10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물류센터 분류노동자, 고 장덕준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최 사무국장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쿠팡의 책임인정과 사과를 요구한다”며 “관계기관에는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와 고인의 죽음이 과로로 인한 사망사고 임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택배기사가 배송 업무를 하던 중 숨지는 사고가 올해만 8건 발생했다. 15일 고용노동부 관련 기관들을 대상으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택배기사 사망사고로 불거진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신청만 하면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노동부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 동의하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현재 특고 종사자의 약 80%가 산재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사업주의 권유나 강요 등으로 특고 종사자들이 스스로 산재 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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