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뼈가 나오고 눈이 작은 아줌마 자연산 외친다.
시장 입구 미꾸라지 통을 펼쳐놓고 자연산 외친다.

손가락이 짧고 손이 두툼한, 배가 봉긋하고 허리에 군살 없
는, 벙글벙글 웃을 때마다 뻐드렁니가 드러나는, 까무잡잡 번
들번들 구릿빛 얼굴, 파마는 해본 적 없는지 생머리 찰랑이는,
눈빛 반짝이는 아줌마.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하루 종일 자연산을 외친다.
버스 광고판 성형외과 의사 고개를 빼고 쳐다본다.


<감상> 아줌마가 자연산이라고 외치는 건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저가와 대량으로 수입된 농산물이 토종으로 둔갑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인공적으로 길러진 양식이 아니라, 농로나 개울물에서 잡아온 미꾸라지임을 아줌마의 모습이 입증하고 있다. 노동의 흔적이 역력한 손과 햇빛에 그을린 얼굴과 생머리를 지닌 아줌마는 영락없는 촌부(村婦)다. 이것마저도 세상 사람들은 믿지 못하고 의심하려 들 것이다. 고무통 다라이에 담긴 미꾸라지마냥 아귀 같은 세상이니 믿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버스 광고판에 성형외과 의사가 고개를 빼고 쳐다보는 이유는 뭘까. 성형이 판치는 세상에 자연 미인이 어디 있으며, 당치 않는 자연산을 외치고 있느냐며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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