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재래식 잠수함은 축전지로 가동된다. 디젤 터빈을 돌려 축전지를 충전하는 데 공기가 필요하므로, 1일 2~3회 수면 바로 아래서 스노클 항해를 해야 한다. 공기불요장치(AIP)를 탑재해도 2~3주 후 다시 스노클 항해를 해야 한다. 여기서 적국의 감시자산에 발각될 수 있다. 잠항 속도가 시속 16~17km에 불과해 공격 후 신속한 후퇴도 어렵다. 승조원의 생태적 한계 및 식량 보급을 고려해도 핵잠수함은 최장 6개월간 작전할 수 있다. 잠항 속도도 시속 46km 전후에 이른다. 따라서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정을 장시간 감시 및 추적할 수 있다. 북한 해역 근처에 매복해 있다가, 핵과 미사일 기지 등 핵심 표적을 공격한 후 신속한 복귀도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잠수함 사랑은 남다르다.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10월 1일과 2020년 9월 25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각각 ‘신형 잠수함’과 ‘잠항능력을 대폭 향상한 잠수함 전력’을 언급했다. 2020년 9월 16~20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미국에 파견하여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다. 10월 6일 청와대의 “확인 불가” 발표로 볼 때, 이는 사실로 보인다. 8월 10일 국방부가 공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4000톤급 잠수함 건조에 핵 추진 엔진이 탑재될 수 있을까? 청와대는 가능하다는 태도다. 그러나 여기에는 3중 방어막이 존재한다.

첫째, ‘핵확산금지조약’(NPT)이다. 동 조약 전문에 “평화적 원자력 활동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제3조 1항에 규정되어 있듯이,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 방지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정을 맺어 이 기구의 감시를 받도록 하고 있다. 물론 핵잠수함의 동력원인 원자로가 ‘금지되지 않은 군사시설’로 지정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잠수함 추진체가 비군사용이 될 수 없으므로, 이는 개념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핵잠수함을 보유한 UN 5대 상임이사국의 기득권이 핵 추진 잠수함의 확산을 인정할 리 만무하다.

둘째, 한미원자력협정이다. 동 협정 11조를 보면 한국은 미국과 서면 합의를 통해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시키고 사용할 수 있다. 13조를 보면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첫째에서 언급했듯이 핵잠수함의 원자로가 군사적 이용이 아니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없다. 그리고 핵잠수함에는 2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므로, 현 협정 하에서는 핵잠수함의 운용이 불가능하다. 물론 ‘20% 이상 농축’과 ‘군사적 이용 가능’으로 두 조항을 개정하면 되지만, 자국의 영향력 약화와 핵잠수함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이 응해줄 리 없다.

셋째,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다. 동 선언 제2조에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 규정되어 있다. 북한이 제6차 핵실험까지 했기 때문에, 여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핵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면, 북한의 핵무기도 인정해야 한다. 결과는 핵 군비경쟁과 공포의 평화상태이다. 냉전 시대의 종말처럼 북한이 붕괴하면 이러한 2가지 문제가 해결되지만, 그때까지 막대한 안보비용과 극심한 국민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이보다 우리가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면서, 북한에 비핵화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디젤 잠수함의 작전능력에는 문제가 많지만, 핵잠수함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리하게 핵잠수함을 고집하면 미국의 덫에 걸려들 수 있다. 잠수함에 핵연료 공급을 거부하는 대신 북한을 감시 및 타격할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 B-52 전략 폭격기, 핵잠수함, 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자산 순환배치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비용분담은 물론, 기존 방위비 인상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미국산 무기구매, 사드 강매 혹은 운용비용 요구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자주국방을 향한 노력이 미국에 종속국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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