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이 기울어진 채 기차를 타고 팔랑팔랑 바다로 갈래
바다의 한가운데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닿으려는 표정으로
고백하는 노을을 흩어놓을 때, 손은 꿈을 멈추지 않는다
멸치 떼 같은 명랑의 군무가 물보라를 일으키네
어떤 꿈이 바다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보며
창밖으로 팔랑팔랑 넘어가는 명랑한 이름들
오늘의 바다는 풍랑주의보, 검은 바다의 안쪽이 위태롭네
여기서부터 섬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러니까 팔랑팔랑 우리의 명랑주의보는 쾌속정의 일
명랑에서 명랑으로 넓이와 깊이를 만들며 쾌속정은 달리지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멀어지는, 여기는 꿈 명랑이야
바다를 밀면 죽은 물고기 떼가 가득 찬 바다의 내부
파도를 타고 수많은 계단이 있는 푸른 당신에게 도착한다
내 손은 여전히 섬에 도착하는 일, 속도를 줄이지 않는 명랑


<감상> 손바닥을 기울인 채 바다로 가는 길은 현악기를 켜면서 떠나는 신나는 일이네. 바다의 주름을 손가락으로 퉁겨 물보라를 일으키는 일이네. 내 꿈이 바다 깊숙이 사라지므로 섬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네. 그런데 풍랑주의보로 배가 뜰 수 없다네. 내 마음은 팔랑팔랑 쾌속정을 타고 달리고, 몸은 벌써 명랑주의보가 내려진 셈이네. 꿈에 벅차면 거대한 바다를 밀어내 명랑한 꿈을 떼거리로 발견할 수 있다네. 수많은 계단이 있는 푸른 당신은 망망대해 떠 있는 섬이었네. 세이런의 멜로디라도 켜고 싶을 정도로 나의 명랑은 멈출 수가 없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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