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특채 경찰관 유연서 순경이 20일 대구 수성구 지산지구대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의 인터뷰 후 따뜻한 경찰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지구대 일이요? 제 다크서클 안 보이시나요?”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지산지구대에서 만난 유연서(28·여) 순경은 지구대 업무가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유 순경은 이색이력의 소유자다. 용인대학교에서 검도를 전공한 그녀는 제16·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국가대표 검객이었다. 전국체전에서는 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뛰어난 검도선수였던 그녀였지만, 선수로서 죽도를 내려놓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유연서 순경이 2018년 제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대표로 상을 받고 있다.
‘선수생활 이후에 어떤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을까’

죽도를 내려놓기 전 그녀의 머릿속을 계속 멤 돌던 질문이었다. 지도자의 길도 생각했지만, 그녀의 선택은 ‘경찰’이었다.

유 순경은 “국가대표선수와 경찰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면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경찰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유연서 순경(흰색 도복)이 2018년 제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에 출전해 시합을 치르고 있다.
2018년 경찰청장기 무도대회에 출전한 그녀는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무도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지난 5월 11일 지산지구대에 배치돼 밤낮없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매일 밤 주취자와 폭행사건, 민원인 응대 등 쉴 새 없이 바쁜 현장에서 신경이 날카로워 질 법하지만, 그녀는 늘 따뜻하게 민원인을 응대하고 있다.

유 순경의 멘토인 김수진 중앙경찰학교 생활안전교수의 ‘따듯한 경찰이 되라’는 조언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녀는 “교수님께서 경찰은 좋은 직업이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며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경찰이 되라고 하신 말씀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움을 주기 위해 출동한 현장에서 오히려 경찰의 도움을 뿌리치는 장면을 많이 봤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곤 한다”고 말했다.

무도특채 경찰관 유연서 순경이 20일 대구 수성구 지산지구대에서 출동을 나가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유 순경은 형사과와 수사과를 거쳐 뛰어난 수사관이 되는 것이 목표다. 어려운 사건·사고를 해결해 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경찰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구대 업무를 누구보다 충실히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는 “지구대 업무는 시민을 제일 먼저 만나는 업무”라며 “강력사건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원업무도 다루는 등 경찰의 전반적인 업무를 배우고 있다. 선배들에게 많이 배워서 일 잘하고 민원인에게는 따뜻한 경찰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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