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이유로 고교생·70대 여성 등 잇따라 사망…포비아 우려

만 13∼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된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고등학생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연합
인천 10대 고교생에 이어 대전과 전북 고창에서도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과 70대 여성이 숨지면서 백신 안정성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아직 사망원인이 파악되진 않았으나 최근 상온 노출을 비롯해 백색 입자 문제까지 발생했던 만큼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과 불안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0일 오후 대전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이 접종 후 5시간 뒤 숨졌다.

또 이날 오전 7시 35분께 전북 고창군 상하면 한 주택에서 A(78·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역학조사 결과 A씨는 전날 오전 고창군 한 민간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고 해당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인천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B(17)군도 예방접종 이틀 만에 숨진 바 있다.

B군은 상온 백신 사태를 일으켰던 ‘신성약품’이 조달한 독감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관련 사망 사례가 보고돼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 14일 오후에 민간의료기관에서 무료접종을 했고, 접종 전후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성제약에서 유통했던 제품이 맞지만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B군이 맞은 백신은 각각 다른 제품이며 두 사례 모두 상온 노출 등으로 논란이 된 백신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B군은 알레르기 비염 외 특이한 기저질환이 없었던 반면, A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생전에 혈압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보건당국은 이들이 접종한 백신을 맞은 다른 시민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은 예방접종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포항시민 A(56)씨는 “최근까지 백신 물량이 부족해 접종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접종 자체가 믿음직하지 못하다”며 “유·무료 백신 여부를 떠나서 혹시 나도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백신을) 맞으려고 했는데 큰일이다’, ‘백신에 이상 없다던 정부의 말은 진짜일까’, ‘뭐가 문제였는지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란다’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A씨와 B군의 사례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보건당국에 신고된 이상 반응 사례의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이상반응 총 353건 가운데 무료접종을 받은 사례가 229건, 유료 접종은 124건이다. 증상별로 보면 알레르기 증상이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접종한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등 국소 반응 98건, 발열 79건, 기타 69건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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