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1년 가까이 COVID-19와 함께 하였다. 처음에는 중국의 우한지역에서 시작되어 중국 내에서 그칠 것이라 생각한 분위기였다. 이어 급속도로 번져 전 세계가 경악과 공포 속에 죽음과 가까이하게 되었다. 우리지역 대구경북도 국제적 이목을 받은 곳이지만 잘 극복하여 세계의 부러움을 함께하게 되었다. 지금은 서구유럽이나 북미와 남미에 비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무난히 대처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그동안 서구의 모든 것이 선진국가로 가는 롤모델이라 여겼다. 서구의 사상과 생활방식 등 모든 것을 따라 하기에 바빴다. 허나 되돌아보면 우리는 우리 전통에서의 존귀함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하고 자문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설에 한국인은 음식이 발효 식품인 마늘, 파, 생강, 고추 등의 김치와 얼큰한 한식이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주기도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나마 음식효과와 정부통제에 따라주고 의료진들의 수고로움이 으뜸으로 인하여 효과를 본다고 했다.

이런 시기에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서예전시와 관련해 집담회 행사가 열렸다. 서예가, 미술인들이 함께 라운드 테이블 토크모임으로 진행되었다. 그중 한 중진서예가는 코로나 시대에 자연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서예라는 동양미술 이야말로 지금의 시기와 미래를 모색할 예술 행위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필자가 최근에 쓴 휘필 한글서체

동아시아 3500년 서예역사에서 처음부터 문자는 상형문자인 갑골문자로 출발하였다. 그것은 자연의 정신에 접근하는 우주만물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 ‘도법의 정신’은 자연에 잘 적응하고 만물의 이치로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동양미술인 서화를 보면 자연의 순수한 재료인 지·필·묵·연 을 이용한다. 벼루에 먹을 갈 때는 마음의 관조 속에 내면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게 된다. 이어 한지 위에 동물의 털로 만든 모필로 여러 가지 행위를 펼침으로서 자연의 세계에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개성을 표현한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에 따른 인간의 최소한의 행위인 것이다. 서양미술의 재료를 보면 유화물감의 재료와 브러쉬, 캔버스라는 도구에서부터 자연에서는 비켜나고 있으며 인간이 주체가 되도록 표현하였다.

여기에 조선 말기,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은 작지만 놀라움의 나라였다. 아무리 작은 초가집이라도 많은 서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실내 벽에는 글씨나 그림이 있으며 병풍이라고 불리 우는 접이식 이동형 서화나 민화를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일반 평민들의 서적 보유는 조선과는 달랐다는 말이다.

이천 년대 이후의 포스트포스트 모던시대에는 기후문제, 환경문제, 종교문제, 핵무기, 전쟁 등 여러 가지가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동양미학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도의 경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살필 수 있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극복을 위하여 가장 본질적인 모습을 지키자는 것이다. 동식물들이 인간과 함께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도를 공감하는 것이다. 너무나 풍족한 과학문명 이였기에 4차 산업시대에 신의 계시인지 물음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팬데믹 시기를 가져 왔다고 생각된다. 인간이 만든 자업자득이다. 우리 모두는 다시 마음의 수신으로 정관하는 자세로 몸을 낮추어야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 주변에 머문 지금의 계절에 맑은 물에 먹을 갈아 오리엔탈이 추구한 정신으로 나를 찾는 여정을 떠나 보고자 한다. 이런 붓질의 행위로 자연과 내가 한몸이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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