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속
맞잡은 손
숨기고 나면
예쁜 매듭이었다

이제 내 주머니들 속에서는
잘린 손들만 가득
꿈틀거리며
팔목을 잡는다

아직
따뜻하다

혼자서도
가장 뜨거운 리본을 만들 수 있다


<감상> 낫으로 벼를 베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벼를 묶는 매듭(무댕기)은 벼 자체에서 나와서 인위적인 끈이 필요 없다는 것을. 들판은 품고 있던 모든 걸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씨앗에서 열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그대의 언 손을 외투 속에 맞잡기까지는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할까. 세월이 지나 손 한 번 잡았다 해도, 내 손에서 벗어나면 잘린 손들만 주머니에 가득하다. 그 손들은 그대의 온기로 따뜻할 것이고, 그대를 향해 떠날 것이다. 외롭고 쓸쓸하지만 혼자서도 가장 뜨거운 매듭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단 한 번의 만남일지라도 굳게 맞잡은 손은 그 매듭이 절대 풀리지 않는다. 그 손에 내 몸의 온기를 온전히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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