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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아시아 '극장에서 나간 바보 성악가 우주호' 펴내
도서출판 아시아 '극장에서 나간 바보 성악가 우주호' 펴내
  • 곽성일 기자
  • 승인 2020년 10월 21일 17시 0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22일 목요일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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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논픽션/픽션 ‘이사람’ 시리즈 세 번째
극장에서 나간 바보 성악가 우주호 표지.
아시아 정상급 바리톤이 농어촌과 장애인시설 등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노래로 헌신해온 감동적인 이야기가 도서출판 아시아의 인물 논픽션/픽션 ‘이사람’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나왔다.

책의 주인공은 한양대 음대 겸임교수 우주호. 특이한 이름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수시로 놀림을 당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큰 사람이 되어라고 지은 이름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임금 우(禹), 두루 주(周), 하늘 호(昊)’에 담긴 큰 뜻 때문인지 그는 평범한 삶과는 궤적이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에 있던 우주호는 주변의 권유로 1992년 2월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발터 카탈디 타소니, 파올로 실베리, 카를로 베르곤치 등 당대 대가의 지도를 받으며 유럽 무대의 샛별이 됐다. 프란체스코 칠레아 국제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했고, 로마 국제오페라콩쿠르 1위를 계기로 로마국립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역, ‘팔리아치’의 토니오 역으로 데뷔하며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주목을 받았다. 독일 플랜츠부르크극장에서 ‘오셀로’의 이아고 역으로 출연한 후 독일의 저명 음악잡지인 ‘오픈벨트’가 “베르디가 원하는 최고의 바리톤이 나타났다”고 호평할 정도였다.

가난한 유학생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음악 인생의 화려한 꽃을 피울 무렵,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어머니마저 치매 판정을 받은 것. 우주호는 유럽의 은사, 지인들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유럽 생활을 접게 된다. 어머니 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우주호는 중학생 때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헛배를 채울 정도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어린 주호는 운명처럼 다가온 성악 공부를 계속 밀고 나갔고, 어머니는 방앗간을 하며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어머니의 희생 없이 아들의 음악은 있을 수 없었고, 아들은 어머니의 황혼을 지키며 새로운 음악 인생을 펼치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에 정착한 우주호는 고향인 포항의 선린애육원을 찾아가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나의 목소리는 나의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것이 아니기도 하니 이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여야 하는 것일까. 눈물 젖은 기도를 들어주던 신에게 보답하는 길은 무엇일까.” 우여곡절 끝에 얻은 물음에 대한 응답을 실천으로 옮겼던 것이다.

곧이어 ‘우주호와 음악친구들’을 결성해 농어촌과 장애인시설, 노인복지관, 보육원, 교정시설 등에서 17년간 1500여 회의 무료 음악회를 열었다. 이 ‘문화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홍사종 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관장,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가 큰 힘이 됐다. 특히 김병종 명예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 정신을 따르기 위해 바보 예수를 화두로 그림을 그려 왔다며, ‘우주호와 음악친구들’도 그 정신을 잇는 ‘바보 음악가’라 부르며 아낌없는 격려를 해줬다.

우주호는 2003년 귀국 후 국립오페라단 등의 초청을 받아 ‘오셀로’ ‘라 트라바이타’ 등 주요 오페라에 500여 회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톤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2005년 8월 31일, 남한 오페라 작품으로는 역사상 처음 북한 무대에 오른 ‘아, 고구려 고구려’에서 주연인 광개토대왕 역을 맡았고,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국립오페라단이 기획한 창작 오페라 ‘주몽’에서도 주연인 주몽 역을 맡는 등 역사적 무게가 담긴 중후한 역에서 역량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성악가가 농어촌과 장애인시설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자신의 음악적 위상과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양대 성악가 고성현 교수가 추천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위험을 모를 리 없는 우주호가 이런 행동을 지속해온 뚝심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동시에 예술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보여준다.

저자 김도형은 “이 책이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노래를 부른 바보 성악가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저자는 1968년 포항에서 태어나 동지고,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예담출판사 편집장 등을 거쳤고, 글로벌 해양수산 매거진 ‘THE OCEAN’ 편집위원, 독도도서관친구들 이사, 한국단백질소재연구조합 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바람의 땅 포항’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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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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