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70대 사인 질식사 규명에도 불안감에 접종자 현저히 줄어
경북대 교수 "백신 미접종은 위험"…정치권, 국민 우려 해소 요구

전국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한 뒤 숨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대구 북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앞 주차장이 한산하다. 아래 사진은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된 13일 오후 대구 북구 한국건광관리협회 경북지부 앞에 유료 및 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려는 시민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한 70대 노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예방접종을 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노인의 사망 원인은 질식사로 확인돼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혹시’라는 불안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감염병 예방접종 지정병원인 대구 동구 한 병원은 한산했다. 매일 길게 늘어서 있던 독감 예방접종 대기자 줄은 사라졌고, 병원 앞 도로까지 줄지어 대기하던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북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된 지난 13일 유료·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려는 시민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던 곳이다.

건강관리협회 관계자는 “이틀 전만 하더라도 주차장 공간이 모자라 인도까지 줄을 설 정도로 대기자가 많았는데, 오늘은 주차장에 한 사람도 없다. 오더라도 입구에서 잠깐 대기하는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사람이 없는 상황은 최근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며 “오후 1시부터 4시 30분까지 접종시간인데, 오후 접종 시작하고 나서 한 시간이 넘도록 (예방접종 대기자가 없는) 이런 상황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A씨(32)는 이날 오후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어머니가 독감 예방접종 사망자가 나온 소식을 전하면서 혹시 모르니까 예방접종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이번 주 중에 독감 예방접종을 하러 간다고 말했던 것을 어머니가 기억하시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연락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혹시 모르니까 어머니께도 예방접종하러 가지 말라고 말했다”며 “나이가 많은 분들이 주로 사망하는 사고가 나니까 부모님 예방접종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70대 노인의 사망 원인은 질식사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은 질식사가 맞고, 음식물을 먹다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북대학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예방접종에 대한 불안감으로 접종을 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원칙적으로는 약자일수록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고 견해를 내놨다.

김 교수는 “예방접종에 대한 불안감은 국가적, 정책적으로 지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예방접종을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선택이다”면서도 “예방접종을 맞지 않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퍼지자 정치권에서는 백신과 사망의 연관성을 밝혀 국민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겨우 꺾이는 시기에 독감백신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방역 당국이 하루빨리 백신에 문제가 없는지,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 국민께 알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제주에서 독감백신을 접종한 68세 남성의 사망 사실이 오늘(21일) 새벽 경찰에 통보된 데 이어 비슷한 시각 대구에서도 독감 백신을 맞은 78세 남성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지난 14일 독감백신을 맞은 10대가 인천에서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전부, 대전, 제주, 대구 등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양상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건 당국은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 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고, 의료 전문가들 역시 사망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니 가급적 독감 백신을 맞는 걸 권장하고 있지만, 최근 ‘상온 노출’이나 ‘백색 입자’ 백신 사태까지 겹쳐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와 방역 당국에 철저하고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