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만에 사망자 8건 발생…질병청 "취약계층은 접종해야"
대구 예방 접종 후 사망 70대 질식사로 밝혀져 백신과 무관

독감 예방 접종하는 시민. 자료사진
독감 예방 접종하는 시민. 자료사진

“설마 하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신을 맞아도 될지 너무 고민돼요”

직장에 다니는 황모(30)씨는 최근 며칠 사이 독감 예방접종은 받은 사람들의 잇따른 사망소식을 접한 뒤부터 생각이 깊어만 간다. 관련기사 3면

황씨는 “설마 백신이 잘못됐을까 하면서도 의사들이 뉴스 등을 통해 백신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는데, 며칠 만에 사망자가 계속해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 정말 백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예방접종은 미뤄두고 정부발표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독감 예방접종을 마친 뒤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른 사례가 최근 6일 만에 전국에서 9건 발생하면서 백신에 대한 전국민적 불안감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최근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은 총 8명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2시께 예방접종을 마친 뒤 식사 중 약 1시간 만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2시간 만인 21일 0시 5분께 숨졌다. 다만 이날 오후 A씨의 최종 사망 원인이 질식사라는 소견이 사망진단서에 적힌 것으로 확인되면서 접종 후 사망 사례에서 제외됐다. 대구시는 이날 경찰, 의료진과 합동으로 검시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는 사망자 유족이 원치 않아 부검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주에 사는 60대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한 후 20일부터 건강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그 밖에도 서울과 경기에서도 각각 1명씩 사망자가 나왔다.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 인천에 사는 17세 고교생이 무료접종 이틀 만에 사망한 데 이어, 20일에는 전북 고창과 대전에서 각 1명씩 국내산 백신 접종 후 사망에 이른 바 있다. 남은 2명의 사망자에 대한 정보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비공개 됐다.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가 나오지 않은 만큼 대대적인 백신 기피현상이 발생하진 않았으나 일부 병원에서는 접종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예방접종을 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관련 브리핑에서 “오늘(21일) 기준으로 총 9건의 사망사례가 보고된 가운데 7건에 대해 역학조사 및 사인을 규명할 부검 등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 등록시스템을 통해 사망자가 맞았던 백신과 같은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 수는 5~8만 명”이라며 “이들 중 이상 반응으로 신고된 경우는 1~3건에 불과한 만큼 전체 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사 중인 사례 중에서 2건은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란 독감백신 부작용 중 하나로 특정 식품과 약물 등의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이와 관련 정 청장은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실 경우에 접종 후에 수 시간 이내에 호흡곤란 또는 입, 눈 주위에 부종이 생겨서 부풀어 오르거나 구토·설사·복통·메스꺼움 또는 심박수가 감소하고 어지러움증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의심할 수 있으니 119에 신고해 치료받아야 한다”며 “접종 후에는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15분~30분가량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는 등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료 전문가들 또한 백신에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으며 주의사항을 잘 지켜 접종하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영미 서울대의대 글로벌감염병센터 자문위원은 “인플루엔자 백신은 당연히 맞아야 한다. 백신을 맞지 않아 발생하는 사망 사례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많다”며 “취약계층일수록 더 맞아야 한다. 가장 우선순위는 임신부, 그다음은 노인과 어린이 등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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