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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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은 티베트 고산의 경문을 길게 이어 단 ‘타르초(Tharchog)’처럼 어디선가 가져온 신성하게 펄럭이는 생명 조각들을 이어 붙여 가는 것이다. ‘생명 총량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짐승이든, 벌레든, 풀이든 간에 다른 산 생명을 앗아오지 않고는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 오늘도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 야금야금 다른 생명을 맛있게 씹어 삼킨다.

지난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에 선승 달라이라마는 “환경과 생명을 위해 동물 착취를 멈춰야 한다”는 법어를 냈다. 달라이라마가 ‘동물 착취’라 했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동물 생명 착취’다. 달라이라마의 동물 착취 반대 목소리는 ‘불살생(不殺生)’ 불교 계율의 문제를 넘어 지구온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호소력 있는 외침이다.

동물착취의 주축인 소, 양, 염소와 같은 반추 동물들이 대기 중에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무려 30%나 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양은 적지만 20배 정도 강한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육류 소비가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60% 감축 법안을 추진하면서 탄소 배출이 적은 육류 대체 식품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둔 유럽의회가 육류 대체 식품에 육류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논란이다.

‘채식버거’, ‘베지(veggie)버거’, ‘채식소시지’ 등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것에 ‘버거’나 ‘소시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타당하냐는 것. 고기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에 이런 용어를 붙이면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는 쪽과 육류 소비가 줄 것을 걱정하는 육류업계의 입김 때문 아닌가 하는 반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채식버거’ 용어 논란을 보면서 1000년이 넘은 우리나라 채식문화의 정수, 사찰음식이 새 한류가 되는 날이 곧 오겠거니 생각했다. 오늘은 지구를 위해 좀 적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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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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