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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트레킹] 15. 언택트(Untact) 트레킹(Trekking)
[힐링&트레킹] 15. 언택트(Untact) 트레킹(Trekking)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회장
  • 승인 2020년 10월 22일 18시 1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23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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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 고봉들이 전하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오토캠핑의 천국'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만나는 만년설 고봉의 장엄함이 압도적이다.

코로나19로 바뀌어 버린 일상을 찾기에는 아직도 길이 멀어 보인다.

떨어진 가족 간의 상봉조차 제한하는 권고가 잇달아 서로 만나지 못하고 전화나 화상으로 소통하는 정작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현실을 직면하고 있는 게 안타깝기 그지없다. 온산이 울긋불긋 물들어 아름다운 자태로 산객들을 유혹하는 가을이 깊어 가는데도 자유롭게 다니기가 왠지 불안하고 눈치가 보이는 것이 요즈음 세태다. 그래서 ‘언택트(Untact·비대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진다.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걸으며 힐링하고 새로운 길을 탐방하는 트레킹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라 ‘언택트 트레킹’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다녔던 해외 몇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필자의 집에 있는 냉장고 문에 부착되어 있는 마그네트 기념물에는 그동안 가족들과 지인들이 기념으로 가져온 해외 여러 곳을 상징하는 기념마그네트가 훈장(?)처럼 다닥다닥 붙어져 있다. 각가지의 기념품을 보노라면 세계 각국으로 다녔던 시간들이 떠올라 집콕(?)을 하면서도 언택트로 트레킹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볼 수 있는 히말라야 최고 미봉인 마차푸차레봉(6,992m) 모습.

△신(神)의 고향, 히말라야.

십여 년 전에 경북산악연맹에서 여러 차례 실시한 히말라야트레킹 중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2006년 에베레스트 하일라이트 트레킹과 2007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트레킹이 있었다. 10일 이상이 걸리는 장기간 여정이었지만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서의 산행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멋진 경험이었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트레킹에는 3천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자연과 더불어 만년설 고봉들이 즐비하게 둘러싼 신(神)들의 세상을 보고 왔다.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눈앞에 쏟아져 내리고 설산의 눈사태가 보란 듯이 일어나는 별천지의 세계에서 작고 초라한 우리 모습에서 자연을 섬기며 순종하는 삶을 배웠다. 인간이 살지 못할 것 같은 고산지대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으며 자연을 이기려 하지 않고 순응하며 지혜롭게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었고 그곳에서도 배움의 열정에 불타는 동심과 어떻게든 문명에 가까워지기를 갈망하는 부모들의 모습에 참사랑을 느꼈다, 하산하던 3천8백 미터 고지에서 헛디뎌 다리골절상으로 엄청 고생한 내자의 모습에 어쩔 줄 몰랐던 추억도 고산 트레킹의 잊지 못할 장면이었으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지척에서 마주한 벅찬 기쁨도 있었다.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에서 본 만년설의 안나푸르나 연봉 모습.

세계 3대 트레킹루트 중 첫째로 꼽히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는 고산증세로 중도포기하고 내려가는 일행도 있었고 4,700개의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고행도 경험했다. 히말라야 최고의 미봉(美峰)인 마차푸차레봉(6,993m)의 아름다움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포카라 사랑고트고지(1,592m)에서 보는 안나푸르나연봉의 일출광경은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4,130m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긴 여정에서 만나는 히말라야 사람들의 순수함과 선한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번 히말라야의 품속에 안겨 본 사람은 쉽게 그 황홀함에 벗어날 수가 없다. 만년설의 고산지대에서 피어나는 에델바이스처럼 순백의 정서가 산객들에게 스며들어 그 희열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순수한 열정과 진한 자연사랑이 일상의 모든 번민과 고뇌를 잊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는 고산 트레킹은 그 나름의 멋과 낭만 또한 남다르고 ‘인생추억’을 만드는 일이라 평생 잊지 못할 꿈같은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캠핑천국 캐나디안 로키 공원 주차장에 캠핑카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

△캠핑천국 캐나디안 로키.

2007년 6월에 다녀온 캐나다 로키산맥 트레킹은 환상적인 풍광과 자연을 사랑하는 선진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자연유산을 보존하며 가꾸어 인간생활의 활력소로 만들고 최고의 가치로 유지하는 선진 국민들의 모습에 배울 점이 많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즐기는 만큼 자연을 훼손하거나 해치는 어떤 행동도 용납될 수 없음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은 교훈을 얻었다. 로키 어디를 가도 캠핑장이 있고 전기, 수도 등 제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오토캠핑의 천국이었다. 가족 간에 맑고 푸른 호숫가에서 힐링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캐나디언들의 여유로움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때 느낀 바지만 우리도 금수강산 아름다운 국토를 가꾸고 사랑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최고의 가치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로키산맥 아래 에머럴드빛 물색으로 환상의 풍광을 만들어 내는 호수와 유유자적 보트를 ~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우리도 선진국민으로 성장한 만큼 자연을 통한 인간 본연의 정서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산과 바다를 사랑하며 즐기기 위해 떠나는 ‘힐링&트레킹’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캐나디안 로키 트레킹 중 침엽수림과 만년설을 배경으로 한 필자 내외.

캐나디안 로키의 도시 벤프와 자스퍼에서 보는 시가지와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그림처럼 보이고 대빙원과 빙하, 만년설의 산들과 맑고 투명한 호수 등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세계10대 절경의 하나인 ‘레이크루이스’호수의 에머럴드 물빛과 울창한 침엽수림 속 유럽 중세기 성(城)처럼 지어진 ‘벤프스프링스호텔’의 위용 그리고 도로변에서도 목격되는 곰과 사슴 등 야생동물의 자유로움 등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세상, 그러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절제된 시민의식으로 최고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로키가 잊혀지지 않는다.
 

일본 큐슈올레길에 세워진 제주올레길의 상장인 간세가 정답게 맞아준다.

△일본 큐슈 올레길.

2018년 5월 일본 큐슈현(九洲縣)에 있는 큐슈올레길을 간적이 있다.

제주올레길을 본떠 큐슈전역에 21개 코스의 워킹로드를 만들어 많은 일본인들과 외국 트레커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올레’라는 제주 방언을 그대로 사용하고 제주올레의 상징 캐릭터인 ‘간세’(제주조랑말을 뜻함)와 리본 등을 똑같이 사용하는 협약을 맺은 제주올레 수출 1호인 셈이다. 한 코스의 길이가 12~15㎞로 4~5시간 정도 소요되는 도보여행코스가 큐슈산골과 작은마을을 지나 산과 들을 통과하며 아기자기한 여행길을 만들어 놓았다.

특별히 한국 트레커들을 위해 한국어 안내판과 우리에게 익숙한 각가지 케릭터 조형물까지 곁들인 큐슈올레길이 한결 편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걷다 보면 지친 심신을 따스하게 위로해주는 치유의 길임을 알 수 있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알아가는 친교의 장으로 자신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길이 도보여행의 참뜻이다.

일본 특유의 자연과 문화를 만나며 먹거리와 볼거리를 함께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요즈음은 한일관계가 얼어 붙어있고 코로나 역병으로 더욱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어 아쉽다. 짙은 삼나무 숲과 너른 평원, 어디를 가도 깨끗하고 단정함이 몸에 밴 일본 문화와 뜨거운 온천 등이 특히 생각난다.

하루 종일 걷다 보면 지친 몸을 온천욕으로 씻어내는 행복감 또한 일본여행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소소한 산골바람을 맞으며 오르내리던 큐슈올레길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간다.
 

필자의 집 냉장고 문에 붙어 있는 기념마그네트.

△기념마그네트가 보여주는 풍경.

냉장고 문에 붙은 마그네트에는 중국의 양귀비도 있고 에펠탑도 보인다. 중앙아시아 평원에서 보는 게르(유목민천막집)도 있고 자유의 여신상과 노르웨이 바이킹도 나온다. 세계 각지의 상징들이 뿜어내고 있는 기념마그네트를 보고 있으면 마치 그곳에서 걸어가는 것 같다. 어렵고 안타까운 일상이 된 오늘도 ‘언택트 트레킹(Untact Trekking)’으로 마음속 ‘힐링 앤드 트레킹’의 스토리를 쓴다. 색깔 고운 가을빛 맞으며 ‘걸어서 자연 속으로’ 열다섯 번째 이야기를 끝내며 얼마 전 작고한 94세 최고령 현역 여의사였던 한원주 원장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세 마디 말이 가슴을 울린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김유복 경북산악연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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