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60세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젊은 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지 몰랐으니까요. 65세에서 75세까지가 삶의 황금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나이에야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100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가 65세에서 75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황금기의 후반에 살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왜 이 시기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을까?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나이라서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하고 있다. 살아보니, 지나고 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100세를 살고 나니 그렇게 생각된다는 말이다. 그분도 그때는 몰랐다는 말인가? 평생 행복 철학을 강의한 석학도 100세에 가까워지고서야 확실하게 알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인생이나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가 참 어려운가 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는 수상작 ‘노인과 바다’에서 꿈과 신념을 지닌 노인의 치열한 삶을 그리고 있다. 멕시코만의 질정할 수 없는 바다, 망망대해의 세상 바다에서 청새치와의 끈질긴 힘겨루기,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들과의 혈투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자유를 위해서, 평화를 위해서, 인간의 존엄을 위해서 신념을 굽히지 않고 투쟁하는 많은 뜨거운 삶을 본다. 안중근 의사가 그렇고, 간디의 삶이 그렇고, 킹 목사의 삶이 뜨거웠다. 뜨거운 삶, 가치 있는 삶과 행복한 삶은 다른 것인가? 그렇다면 뜨겁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지는 해의 타는 붉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숙제가 어렵다.

김형석 교수는 열심히 살고, 즐겁게 살고, 베풀고 살고, 봉사하며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이고 그렇게 살아야 할 나이가 65세에서 75세라는 뜻이리라. 뜨겁게, 치열하게 사는 것보다 이 나이에는 잔잔한 미소로 사랑을 나누고, 배려하고, 봉사하고, 용서하는 따뜻한 삶을 행복이라고 말한 것 같다. 아직은 욕심을 다 버리지 못할 나이인 70대에게 한 말이다.

이 나이에 욕망과 투지를 앞세우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너무 힘들게 살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산을 오를 때 보이지 않던 꽃이 내려올 때는 보인다고 한다. 위를 보고 올라가지만 말고 좌우로 두루 살피고 베풀며 살 나이가 70대란 뜻이리라.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모든 것은 변해간다.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는 재난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나날이, 매 시간마다 갱신되는 ‘코로나19’의 확진자 소식, 사망자 소식이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자가 격리 대상자가 격리하지 않고 돌아다녀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킨 몰염치한 사람들을 여러 번 미워한 적도 있다. 한 번쯤 주위를 돌아보고 살자.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행복한 조건인데도 불행해 하는 사람, 불행한 조건인데도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행복해하는지, 무엇 때문에 행복해하는지 눈여겨보자. 행복은 가진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음이다.

사랑이 없다고 말하지 말자. 사랑하는 것만으로 이미 사랑을 받은 것이다. 자식이 자주 찾지 않는다고 원망하거나 섭섭해 하지도 말자. 그 자식을 낳아 기를 수 있었음이 벌써 행복이었다. 만족함을 알고, 멈출 줄 알면 오래 편안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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