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 기간에 백신을 맞고 일주일 이내에 숨진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약 15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독감 예방접종과 무관하게 다른 이유로 사망했지만, 시간상 선후 관계를 보면 예방접종과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사례가 그 정도 규모라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하고 관련이 없는 사망자의 숫자로 보면 된다”며 이런 일이 유별난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밝혔다. 독감 백신 접종 직후 사망한 사례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오히려 부채질을 하는 듯한 발표다.

그러면서 질병관리청은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낮다며 접종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포항시의 경우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접종 일시 보류’ 권고를 했다. 이처럼 일선 시군도 정부의 조치가 미덥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도 정부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병·의원에는 이전의 독감백신을 맞기 위해 장사진을 치던 장면은 사라지고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데도 정부가 독감백신 접종에 문제가 없으니 그대로 맞으라는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하다. 국민 불안과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적한 것처럼 접종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질병청은 미국의 경우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0만 명당 11.3명 이라는 통계를 국민에게 제시하기 전에 이 같은 국민 불안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간 독감백신의 ‘상온 노출’과 ‘백색 입자’ 등 유통과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돼 국민 불신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런 마당에 무조건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자의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계속 접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판단이다. 또 지난해 백신 접종 후 사망한 노인 수가 1500이라는데 어느 간 큰 노인이 백신을 맞겠는가.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확산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독감백신 접종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사망 신고 사례에 대한 관계기관의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 포항시처럼 우선 국민 불안부터 가라앉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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