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긴급 재난 문자가 올 한해에만 3만4,679건 하루 평균 126건이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국민 재난 안전 포털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말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송출한 재난 문자는 3만4,679건(중앙정부 654건, 지자체 34,025건)이었다. 일일 평균으로는 126건이었으며, 9월 2일에는 무려 781건으로 하루 기준 가장 많은 문자가 발송되었다. 한편 코로나 확산 사태 전인 1월 한 달 동안에는 134건이 송출됐다고 한다.

지자체와 정부 부처는 별도의 문자 발송 비용 부담 없이 행안부나 광역단체의 승인이 있으면 언제든 문자를 발송할 수 있다. 해당 기지국으로 전달된 문자는 기지국 반경 15㎞ 이내의 모든 휴대전화에 강제로 송출된다. 그래서 거주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방문했던 지역의 지자체에서 보내는 문자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보내는 재난 문자가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는 것이다. 평소 어쩌다 한 번씩 받았던 긴급 재난 문자를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안전 안내 문자라는 이름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실정이다. 물론 긴급 재난 상황에 대비하여 그 내용을 전달받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속해서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다 보니 불편함도 적지 않다. 특히 통화나 운전 중에 재난 문자를 받게 되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 하긴 코로나 사태에 여러 차례의 태풍까지 있었으니 재해(災害) 예방과 안전을 위해 재난 문자가 많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재난 문자가 워낙 여러 군데서 자주 날아오니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읽어보기나 할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이처럼 과다한 재난 문자로 인해 국민의 피로도 증가하고 있다. 어떤 이는 재난 문자를 받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국민신문고에 ‘재난 문자 남발을 제발 자제해 주세요’와 같은 민원까지 올라왔을까.

재난 문자 송출 시간과 관련해 한파, 강풍, 풍랑, 건조, 폭염, 황사, 미세먼지 등은 주간(06:00~21:00)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대해서는 이러한 송출 시간의 제한 없이 야간에도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하튼 관계 당국이 코로나19 예방과 각종 재해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긴급 재난 문자를 보내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따라서 꼭 필요한 정보만 엄선해서 보내는 게 보내는 사람의 수고도 덜고, 그 효과 또한 크리라 본다.

한편 재난 문자나 언론매체에서 하는 말 가운데 ‘불필요한 외출·모임은 연기나 취소’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급하지 않은 외출·모임은 연기나 취소’로 바꿔 쓰는 게 옳다고 본다. 왜냐하면, 어떤 외출이나 모임이 사람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고 불필요할 수도 있는데, ‘불필요한 외출·모임’이라고 일반화해서 보내는 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관계 당국은 재난 문자를 발송할 때 횟수만큼은 정말 최소한으로 줄여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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