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 칼럼니스트
김동완 칼럼니스트

‘덧’은 얼마 안 되는 퍽 짧은 시간을 말하는 명사다. ‘어느덧’은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는 동안에’ 라는 부사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잠시 잠깐의 시간을 설명하는데 이만한 단어도 없다. 사람의 삶이란 참으로 덧없다. 그래서 인생무상이다.

좋은 날을 봄날이라 한다. 봄날도 덧없다. 따뜻한 햇살 아래 꽃이 피었으나 겨울의 앙금은 남았고 꽃샘추위는 살을 에듯 살벌하다. 답청에 화전놀이도 잠시, ‘어느덧’ 다가온 여름에게 자리를 내준다. 좋은 때는 쉬이 간다.

사는 게 일장춘몽이다. 봄날 낮에 꾸었던 한바탕 꿈처럼 짧고 허망하다. 불가에서는 ‘태어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인듯하고(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죽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이라 했다. 뜬구름이 본래 실체가 없는 것처럼 삶과 죽음도 구름이 일고 스러지는 일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60년대 가수 최희준은 인생을 ‘하숙생’에 비유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이건희 삼성회장 집무실에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쓴 글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 글귀를 좋아해 생전에 무려 170여 점의 서예작품을 남겼다.

사람이 자신이 머무는 곳에 글귀나 현판을 거는 이유는 대개 경계로 삼기 위해서다. ‘들고나며 보면서 잘못된 일은 없는 지 반성(출입관성·出入觀省)’하고 ‘글을 쓴 뜻을 되새겨 옳은 일을 하고 있는 지를 생각(고명사의·顧名思義)’하는데 있다. 이건희 회장이 25일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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