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 관리 방안 우선 마련"

우리나라 빈곤층 중 ‘부양 가능한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7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약 40%는 의료비가 부담돼 병원 진료를 포기한 경우가 있어 의료급여의 사각지대 해소와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도경 연구위원이 발표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정책 과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소득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해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73만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을 확정함에 따라 생계급여에서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급여는 보장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의료급여 수급 대상이 되기 위해선 소득과 재산이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이며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 부양 능력이 기준보다 크게 낮아야만 한다.

소득 조건을 만족하고도 부양의무자가 있기 때문에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73만명은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가구(34만명)의 2배가 넘고, 이들 중 32.1%는 소득의 10% 이상을 의료비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가를 묻는 항목에서 비수급 가구의 절반인 50.6%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수급자의 경우 18.3%만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의 37.7%는 실제 의료 이용을 포기한 ‘의료서비스 박탈 상태’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황도경 연구위원은 “노인 부양비의 급격한 증가, 핵가족화 등으로 노부모에 대한 부양 의식이 약화하고 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은 여전히 가족 간 부양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정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수급권자가 급격히 늘어나 2022년 이후 약 3조4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황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기존 의료급여 수급자 중에서 본인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의료서비스를 과다 이용하는 사례 등 예산 낭비 부분에 대한 관리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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