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8000호 특집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수도권 비대화에 대응한 지방의 생존 전략으로 초광역화를 통한 통합행정, 규모의 경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지난 1981년 분리된 대구·경북을 재결합을 통해 지방 거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효과적인 자원 배분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기 위해 2022년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행정통합 연구단 구성, 4월 기본구상안 마련을 거쳐 9월에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내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민 공감대를 확산해 주민투표, 특별법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북일보는 지령 8000호를 맞아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대통령 소속의 자문기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에게 수도권 비대화에 대응한 지방 생존 전략과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지역균형 뉴딜정책 등을 들어봤다.



-역대 정부 출범 때마다 ‘균형발전’을 국정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도가 성과다. 정부가 최근에 내놓은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역균형발전 성과를 내는 방안은?

△참여정부 때 시작된 혁신도시와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그나마 가속일로의 수도권 집중현상에 어느 정도 제동장치 역할을 해왔으나, 그 처방도 약효를 다하고 있고 이제 또 한 번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두된 ‘한국판 뉴딜’은 국가 발전의 중심을 지역으로 전환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책과제로, 다른 그 어느 정책이나 사업보다 중요하고 세심하게 다뤄져야 한다,

‘한국판 뉴딜’ 160조 원 중 실질적인 지역사업은 전체의 약 47%인 75조3000억 원 수준이며, 2021년도 국비 예산 21조3000억 원에서는 41.6%인 8조8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진정 지역중심의 한국판 뉴딜이 되기 위해서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투자가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존 수도권 중심의 경제적 효과성 위주의 검토를 답습하기보다는 포용적 균형발전의 가치를 고려하는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침체된 지역 실물경제 회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균형위는 개별 지자체, 부처 단위의 분절적 사업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초광역협력사업, 다부처 다사업을 묶는 지역발전투자협약이 지역주도로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또한, 중앙부처의 전국적 사업이나 공모사업에 ‘균형발전지표’를 대폭 반영해 지역 낙후에 따른 차등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

‘한국판 뉴딜’의 중심에는 지역균형 뉴딜이 있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양질의 창의적인 지역뉴딜 과제 발굴이 중요하다.

광역단위의 산업·경제권 육성, 기초생활권 단위의 공공서비스 인프라 구축으로 각각 실효성 있는 지역균형뉴딜과제가 발굴되고 추진된다면 지역의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지역균형 뉴딜에 참여해야 하며, 균형위에서는 지역균형뉴딜 추진단을 구성해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K 뉴딜’ 예산 절반인 75조 원을 지역에서 투자한다고 했다. 국가 발전축을 지역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뜻인가?

△지난 13일 대통령과 시·도지사, 경제부총리와 관계 장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주도적으로 지역이 국가발전의 축이고, 지역에서부터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며 ‘지역균형 뉴딜’을 강력하게 천명했다.

그동안 균형위는 꾸준하게 대통령과 청와대에 지역 뉴딜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해 왔다. 이 같은 균형위의 노력과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실제 정부 정책에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재정 투입에 있어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던 재정 당국의 전향적 입장 변화는 균형위와 지역 입장에서 환영할 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바와 같이 한국판 뉴딜 관련 예산 160조 중 75조가량이 지역에 투자된다.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산업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국가균형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이번 지역균형 뉴딜은 지자체와 지역의 공공기관들이 주축이 되고, 중앙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정말 지역이 꼭 하고자 하는 미래 산업들을 가시화시킬 수 있는 전기로 만들어냈으면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을 위한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균형위가 발굴에 나서고 있는 도심융합특구 추진 방안, 초광역 협력사업 발굴, 추진방안, 스마트 그린산단 실행전략으로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인 것 같다. 국가대개조 프로젝트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문재인 정부는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대규모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7개 규제자유특구 선정, 지역 밀착형 생활 SOC 확충,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2019년 말 현재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으며, 이 같은 추세를 완화시키거나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한국판 뉴딜’의 기본 정신에 지역균형 뉴딜을 포함시킨다고 천명하신 것은 지금까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더욱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지역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국가 대개조’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결국 지역에 기업이 정착해야 한다. 국가 전체 산업생태계를 바꿔 수도권보다 지역에서 기업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 거점대학들이 지역발전의 싱크탱크가 돼야 지역도 살고, 지역대학도 살게 된다.

‘지역균형 뉴딜’은 지역주민의 삶과 일터를 혁신하고 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균형위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 남아 있는 365개 공공기관 가운데 이전 가능한 기관은 122개로 파악되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은?

△지역과 정치권 등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혁신도시 성과를 평가해 보면, 정주인구, 입주기업, 지역인재 채용 증가 등의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발전 거점화’는 미흡한 실정이며, 정주만족도도 아직 부족하다.

그간의 도시조성과 기관이전 위주에서 벗어나 혁신도시가 지역의 성장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주여건 개선, 기업유치 등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위해균형위 중심의 범정부 TF(반장 균형위 기획단장)를 구성해 과제를 발굴·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개선과 보완작업의 연장선 상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고려해, 공공기관 추가이전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갈등 관리와 함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향후 신설되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수도권 이외 지역에 입지토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자 하며, 기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경우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며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위원회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종합적인 정책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지역 주민들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2차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나?

△어느 지방정부든지 중앙정부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거나, 공모사업 유치, 국비 확보 등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키려면 보다 창의적인 콘텐츠 발굴과 적극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균형위에 와서 보니, 정부는 도와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고, 그 방법도 없지 않은데, 각 지자체가 의지가 없어 지원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실제 일을 하다 보면 준비가 조금 부족한 지자체도 눈에 띄는데,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균형위나 부처에서 컨설팅도 해주고 과정에서부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의지조차도 보이지 않고, 아직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계획을 하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곳도 있다.

공공기관 유치도 마찬가지로, 어떤 특별한 전략을 준비하기보다는 지역사회 및 중앙정부와 부지런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대구경북의 혁신도시를 어떻게 하면 지역의 성장거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특화 발전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부탁드린다.

-경북도와 대구시가 거대 수도권에 대항하기 위해 행정통합을 통해 ‘글로벌 메가시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토 공간상의 인구 불균형 성장 고착화를 완화하는 대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북·대구 행정통합 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발전지향적 통합과 협력은 기존 파멸적 경쟁에서 벗어나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경쟁의 단위로서 국가 또는 개별 도시보다는 일정 규모를 갖춘 권역 또는 메가시티가 주목받고 있음. 특히, 수도권이 인구와 경제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지역의 초광역 경제·생활권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북도와 대구시가 선도적으로 행정통합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행정통합 논의와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초광역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면, 대구경북 경제·생활권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떠한 대안이든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돼야 하며, 양 지자체 주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균형위도 필요성과 타당성이 높은 초광역협력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하고, 원활한 초광역 협력을 위한 제도개선과 기반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발족한 균형위도(2003년 4월) 벌써 18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주요 성과는?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설치, 국가균형발전 선언,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균형발전 특별회계 설치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세종시 및 혁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기능 분산 및 지역 성장거점 조성의 측면에서 그 실효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세종시 및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등을 계속 추진해 153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완료, 혁신도시 인구 20만4000명 및 지역인재 채용률 25.9% 달성 등의 성과를 거뒀다.

경제·산업분야에서는 지역별 선도산업 육성 및 국가혁신클러스터 지정·육성 및 중핵기업 지역유치,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추진 등을 통해 기업의 지역 유치,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투자협약식을 했던 구미의 상생형 일자리로 1000여 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구 역시 상생형 일자리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 조만간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24조1000억 원 규모의 균형발전프로젝트 추진(2019년 1월 발표) 등을 통해 인프라·전략산업에 대한 종합·선제적 투자도 적극 추진 중으로 대구산업선 철도 건설 및 동해선 단선 전철화 사업 등도 이에 포함돼 정상 추진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균형위를 실행력이 담보된 행정위원회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지 않나?

-균형위는 2003년 설립된 이후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국가균형발전 관련 중요 정책에 대한 자문 및 심의·의결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균형위의 심의·의결의 강제성과 법적 구속력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18년 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했지만 지역의 활성화는 경제·산업·국토계획·교육·문화·관광 등 총체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몇몇 부처의 단편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계획·정책수립과 집행을 총괄적으로 추진하는 책임 있는 행정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균형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독자적인 소관 사무와 집행기능이 없어 국가균형발전에 꼭 필요한 정책을 구현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별 부처에 분산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체계화하고, 다부처·다지역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행정위원회로 개편추진이 필요하다. 이번 국회에서 혁신·기업도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균형위의 행정위원회로 개편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북·대구 지역민들과 경북일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장기화 되는 코로나 사태와 경제위기 상황에서 지역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지역에서 구현될 것이다. 지역의 창의적인 역량 개발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으로, 지역 스스로 능동적으로 지역특성에 맞는 자율적 혁신을 위해 노력해 주셔야 한다.

특히, 지령 8000호를 발간하는 동안 지역의 건실한 언론으로, 지역 주민을 대변해 온 경북일보에 기대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앞으로도 지역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지역의 혁신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원회도 지역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사업 등도 확대하도록 할 것이며, 또한 지역혁신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방정부, 지역대학, 지역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 협력해 나가겠다. 이기동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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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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