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세계 곳곳에는 독특한 이름의 마을이 있다. 그리스 동북부 마케도니아에는 ‘드라마’라는 마을이 있다.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질 것 같은 이름의 이 마을은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삼림이 울창하고, 푸른 언덕과 아름다운 폭포가 있는 순수 자연을 자랑한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꿈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오니루폴리(Oneiroupoli)’가 열린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외곽에는 ‘키싱(Kissing)’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마을 이름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며 키스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독일 키싱은 이름의 느낌처럼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서 연인과 여행하기에 딱 좋다. 또한 넓고 푸른 녹지가 있어서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한가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 세 번째로 큰 트론헤임 가까운 곳에 ‘헬(Hell)’이라는 마을이 있다. 영문 지옥을 뜻하는 단어와 똑 같다. ‘동굴’을 뜻하는 고대 노르웨이어 ‘hellir’에서 유래됐을 것이지만 이 마을은 독특한 이름 때문에 유명하다. 헬 기차역에서는 “지옥(Hell)에 온 걸 환영해!” 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마을의 이름은 그 마을의 이미지를 만들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최근 경북 경주시의 동해 바닷가에 있는 양북면이 면의 이름을 ‘문무대왕면’으로 바꾸기로 하고 개명 절차를 밝고 있다. 양북면 봉길리 앞 바다의 사적 제 158호 문무대왕의 수중릉에서 따온 이름이다.

양북면 이장협의회장은 “문무대왕 이름을 걸고 전국에 홍보하면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농수산물도 많이 팔려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경북에서는 울진군 금강송면, 포항시 호미곶면, 청송군 주왕산면 등 면의 이름을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리는 이름으로 바꾼 사례가 늘고 있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마을의 가치는 주민들이 마을을 얼마나 아름답게 가꾸느냐에 달려 있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