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공동대상

백명순(여·63)대구광역시 남구 명덕로 ◇약력 △‘시에’ 수필부문 등단 △대구문화재단 시민공모전 수필부문 우수상, 동서문학상 시부문 입상 △대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수필협회 회원

비가 내리면 오랜 습관처럼 시장에 간다. 우산에 수가 놓인 날염 꽃들 덩달아 비속으로 숨어들었다. 겨울비에 젖은, 터가 넓은 시장 안은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상인들의 머리 위로 안개가 피어올랐다.

시장 한가운데쯤 그녀의 노점을 만날 수 있다. 부산에서 대구로 시집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할 때 시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녀의 가게에 들러 그녀가 정성껏 내어 주는 수제비 한 그릇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온다. 따뜻한 국물이 속을 덥혀오면 세상에서 상처받은 마음이 위로되는 것 같았다.

코를 연신 벌렁거리며 멸치 다시 물을 우려내고 있는 그녀는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그녀의 남편의 죽음으로 생의 한가운데로 밀려 나왔다. 어려움 없이 살던 그녀가 쉽게 택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시 물은 그녀의 인생만큼 진했다. 진하게 우려진 물속으로 멸치 한 마리 헤엄치고 있다. 숙성시켜놓은 반죽으로 수제비를 만든다. 그녀가 뜯는 수제비는 덩이가 되어 뜨거운 다시물 속에서, 사람들의 입속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쓸쓸히 눈빛으로만 손님들과 인사를 건네고, 이따금 빗물에 젖은 나무 의자를 마른걸레로 훔쳤다. 허리를 반쯤 구부리고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적당히 떼어 내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이제 자연스러워졌고 양은솥 가득 수제비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수년을 홀로 외진 길 안개 같은 길 위에서, 찜통에 담아 두었던 밀가루 반죽 하얀 싹을 틔웠다.

한참 묵혀두었던 시를 완성하면서 비로소 힘들었을 그녀와 나의 시간에 행복한 작별을 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뽑아주신 여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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