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대구 달성군 가창댐에서 취수탑 안전진단을 벌이다가 실종된 잠수사 A(45)씨가 다음날인 29일 오전 11시23분에 실종된 A씨 시신이 인양됐다. 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 28일 베테랑 잠수사인 A(45)씨와 B(41)씨는 대구광역시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안전진단 의뢰를 받고 인천에서 대구로 내려왔다.

이들의 임무는 정수장으로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가창댐 취수탑의 하부를 수중탐사하는 것으로 힘든 잠수업무 중에서 비교적 손쉬운 일이었다.

오전 10시께. A씨와 B씨, 그리고 보트운전자 C씨는 가창정수사업소 관계자의 “제2 취수탑이 열려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취수탑 도면을 살펴본 후 수심 30m 지점부터 수중탐사 작업을 시작했다.

안전점검을 벌이길 40여 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업을 벌이던 A씨가 제2 취수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를 발견한 B씨는 A씨를 구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수면 위 보트로 돌아와야 했다.

오전 11시께 보트로 돌아온 B씨가 “취수구를 닫아달라”고 상수도 사업본부에 요청했지만, A씨는 결국 다음날인 29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게 됐다.

A씨가 안전점검을 벌인 취수탑 단면도. A씨는 제2취수구에 빨려들어가 관로 꺽이는 부분에서 발견됐다.
닫는데 고작 2분 걸리는 취수구를 닫지 않아 40대 잠수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댐 관리 책임을 맡는 대구 상수도사업본부는 관련 안전 매뉴얼 조차 구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분께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가창댐 취수탑에서 산업안전 잠수사 A(45)씨가 실종됐다.

가창댐 안전진단에 투입된 A씨는 동료 B(41)씨와 수면 위로 올라오다가 수심 11m 지점인 제2 취수구에 빨려 들어갔다. B씨가 구조를 시도했으나 취수구 흡입력에 소용없었다.

A씨 시신은 같은 날 오후 8시 50분께 취수탑 지름 60㎝짜리 제2 취수구 배관에서 발견됐다.

구조당국은 날이 어두워지며 인양 작업이 불가능해지자 다음날인 29일 오전 11시 23분께 A씨 시신을 인양했다.

사고 당시 대구 상수도사업본부는 단수 방지를 이유로 4개 취수구 중 하나이자 사고가 난 제2 취수구를 열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과 민간잠수사가 A씨의 시신을 인양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잠수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작업 전 고지 받았으나, 어두운 물속에서 취수구를 피하는 건 무리였다. 물 밖으로 나온 B씨가 사고를 알리며 취수구를 닫아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전동 밸브 형태로 여닫기는 취수구는 사고 발생 30분 후에야 닫혔다.

통상 취수구 밸브 하나를 잠그는데 2∼3분이 걸린다고 상수도사업본부는 밝혔다.

가창댐 안전진단 과정에 준수해야 할 관련 지침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안전 매뉴얼이 없어서 다른 시·도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파악 중”이라며 “이제까지 안전진단 업체들이 전문적으로 알아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창댐 안전진단 작업은 5년마다 실시됐다. 수중탐사로 수심 30∼40m 아래 구조물이 안전하게 부착됐는지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상수도사업본부와 잠수 원·하청업체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압이 세 작업 전 철망을 설치하거나 안전조치 의무가 있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규정을 검토해 업무상 과실 정도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취수구 수압이 너무 강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가창댐은 대구 수성구 파동, 상동, 두산동 14만여 명의 식수원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단수를 우려해 사고가 난 취수구를 작업 전 미리 닫지 않았다.

사고 이후인 현재는 모든 취수구를 닫고, 고산 정수장에서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승대 대구 상수도사업본부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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