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포항 세명고 교사

2017년 11월 17일엔 포항에 지진이 일어났다. 진원지가 흥해 쪽이라 흥해 주민 피해가 심했다. 당시 (사)늘푸른마음회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피해 복구 작업에 혼신의 힘을 보탰다. 저는 11월과 12월에 여섯 번 흥해 지역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그해 봉사활동 시간이 136시간이 될 정도로 12월 한 달 봉사활동이 많았었다. 그런 노력으로 저소득층 가정 복구작업은 많은 부분 늘푸른마음회 회원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뒤돌아보니 참으로 기특한 느낌 지울 수 없었다.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지진피해복구작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늘푸른마음회에서 2018년 1월에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고, 경북도지사 표창패까지 받았다.

늘푸른마음회의 설립목적은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에 입각해 청소년의 건강한 정신 교육에 이바지하며 새 시대에 부흥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에 힘쓰는 데 있다.

활동분야는 크게 지역아동센터(무료공부방) 운영과 NGO활동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자녀 방과 후 학습과 특기 지도, 급식, 다양한 체험학습 등을 지원한다.

NGO활동으로는 저소득가정 집수리, 어르신 공경잔치, 농어촌 일손돕기, 자연정화 활동 등이다.

특히 수년에 걸쳐서 포항시 경로당 도배작업의 상당 부분을 진행했었다. 회원들의 활동으로 경로당에 계시는 어른들의 훈훈한 놀이 공간으로 거듭났다. 멋지게 도배하고 장판을 새로 깔아 놓으니 새 방 같은 느낌이 들어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김태원 포항 세명고 교사의 봉사 1005시간 인증.
김태원 포항 세명고 교사의 봉사 1005시간 인증.

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일 들을 해 왔다. 20년에 걸쳐 활동해 오면서 봉사활동 1000시간이라는 탑을 쌓을 수 있기까지 돌아보면 눈물겨운 일들, 보람찬 일들이 많이도 있었다.

가장 짧지만 강렬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오래된 방을 수리하고 도배까지 완벽하게 마친 다음에 할머니가 기뻐하시면서 주머니에 꼬깃꼬깃 고이 접어 뒀던 만 원 짜리 1장, 5000원·1000원짜리 몇 장을 끄집어내어 봉사 온 세명고 학생에게 손에 꼭 쥐어 주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어라시며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고마워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시던 할머니 한 분이 기억난다.

학생은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면서 다시 돈을 돌려주는 훈훈한 풍경이 아주 짧은 찰나에 일어난 일이지만 기억에 오래오래 남아 있다.

가장 안타까운 일들은 매년 연말에 쌀 한 포대를 우리가 봉사 활동한 어르신들 댁으로 배달하는 데 계시지 않았을 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다.

포항시의 저소득층과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훈훈함을 이어가는 것이 늘푸른마음회 의무까지 돼 버렸다.

늘푸른마음회 회원 모두가 이 아름다움을 함께 해 나가고 있다. 올해도 내년에도. 이렇게 나는 나의 봉사활동 1000시간의 의미를 돌아보았다.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니기도 하다. 앞으로 또 어떤 기억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활동이지만 오랜 기간 하면 이것이 곧 자신의 역사가 됨을 알자.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당신은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까?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