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석 기자

‘배우의 신화, 영원한 스타’ 고 신성일 2주기를 앞둔 지난달 31일,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고 오색단풍이 물든 산과 가로수 길을 달려 그가 잠든 ‘성일가’를 찾았다.

성일가 전경

예전과 달리 ‘성일가’를 들어가는 도로는 새롭게 포장돼 있고 저 멀리 채약산 자락 아래에는 청기와 한 채가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됐다.

지난 2007년 영천 괴연동에 한옥 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오다 2018년 11월 4일 향년 81세로 타계했다.

고 신성일 묘

영천에서 10여 년 간 보낼 당시에는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고 성일가 곳곳에는 그의 손때가 묻은 가족나무와 모과, 감나무, 친구같이 산책하고 뛰어놀던 진돗개 백구와 풍산개 딤프가 지금은 주인의 손길을 잃은 채 있다.

산책을 나왔다는 동네 어르신들은 성일가를 둘러보면서 “옛날 생각이 난다. 대배우가 우리 촌 동네 온 것만 해도 놀라운데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하며 개와 산책하던 모습 등이 아직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또 “평소 주말이면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둘러보고 가지만 생각보다 크게 볼 것이 없어 아쉬워하며 돌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새롭게 조성된 신성일 등산로(권오석 기자)

그나마 최근 영천시에서 신성일씨가 생활하며 즐겨 걸었던 채약산 등산로를 정비해 ‘성일가 둘레길’을 새롭게 조성, 방문객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산책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다 앞으로 찾아올 방문객들을 위해 진입도로와 주차 공간 확보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외로이 성일가를 지키는 딤프

성일가 주변을 둘러보는 가운데 마루 밑에 백구는 어디 가고 없고 딤프만 혼자 외롭게 집을 지키고 있다. 방문객들이 보이자 마지못해 밖으로 나와 마당 한쪽에 기가 죽어 앉는다.

오색단풍이 물든 성일가 뒤편 등산로를 오르자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다.

5분여 걸어 올라가면 대나무 숲길과 횟골지라는 작고 아담한 저수지가 나오고 건너편 산 아래에는 바윗돌 3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신성일씨가 여기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세상 조용한 가운데 새소리와 벌레소리,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나무 숲, 단풍 물든 채약산 정상을 바라보면서 명상을 즐기지 않았나 상상해 본다.

방문객들이 신성일 영화작품의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오후 3시 30분께 조용하던 성일가에 반가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신성일씨 팬이라는 부산에서 온 방문객들은 “오빠 우리 왔어요. 집이 완전 고풍이다. 마당에 빨갛게 물든 단풍이 이쁘다”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으며 그가 잠든 묘에 인사를 올렸다.

성일가에 방문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어 기념관·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갖춘 관광지로 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지난 9월 고인의 유족들이 성일가 등 모든 부동산을 영천시에 기부했다”면서 “앞으로 신성일 기념관 건립 추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는 설계용역비(5억원)를 시의회 승인을 받아 오는 11월 중 도시관리계획 결정 용역을 실시하고 2022년 4월 착공해 2023년 말 준공할 예정이다.

신성일 기념관은 도비 46억원, 시비 34억원 등 총 8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전시실과 영화감상관, 영화카페 등으로 건립을 추진한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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