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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소통의 언어가 된 트로트
[독자칼럼] 소통의 언어가 된 트로트
  •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 승인 2020년 11월 02일 16시 31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03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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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트로트(Trot)는 서양의 춤 형식인 폭스트로트(foxtrot)에서 따온 말로써 여우가 걷는 4/4박자에 맞춰 사뿐사뿐 추는 리듬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트로트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트로트 역사 100년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천해 왔고, 지금은 트로트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트로트는 대개 애절한 슬픔의 노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때문에 행복해질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연민의 노래들이었다.

또 고향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나그네의 설움 등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진지한 분위기면서도 슬픔과 답답함을 지녔었다.

그러나 나라의 발전과 사회적 변화는 트로트 역시 새롭게 변화하도록 하였다.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점차로 비극적인 면보다는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면으로 흥취와 신명을 돋우는데 적합한 신나는 노래로 바뀌게 된 것이다.

요즈음 대중가요 무대의 대세는 단연 트로트이다.

근래에 와서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성인 가요’라 불리운 데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 변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이 TV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상실감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각 가정에 격리되어야 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암울했던 우리를 위로하고 삶의 의욕을 북돋워 주었던 프로가 모TV 방송 프로그램인 트로트 경연이었다.

어르신이든, 젊은이든, 가족이든, 처음 만난 사람이든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물음이 “좋아하는 트롯맨이 누구냐?” 이다.

그렇게 물음으로써 대화가 시작되기도 한다.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이다.

공감대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가가도 뜻밖에 교감이 이루어진다.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을 가진 사람끼리 가까워지려면 한쪽에서 지혜와 경험으로 조언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깨졌다.

거창한 멘토와 멘티 관계가 아니라도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면 그것이 소통이 아닌가.

최근 스텔스처럼 소리없이 강한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었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암울한 삶 속에서 이런 트로트 경연을 통해 작은 돌파구가 되어 소확행(小確幸·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기에 팬덤(fandom)현상으로까지 발전했던 것 같다.

트로트 열풍은 반경 2m의 ‘사회적 거리’의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새로운 소통의 언어가 되었다.

무엇보다 힘들게 살아왔다는 젊은 참가자들의 영혼이 실린 노래를 응원하며 TV를 보는 우리는 시대의 소음과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현재가 불안하고 미래가 암울한 까닭에 과거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대중심리의 반영이다. 트로트 열풍 속에서 노래는 3분짜리 인생의 드라마임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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