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제12조는 ‘검찰총장의 검찰 공무원 지휘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제8조가 제12조를 침범하는 방법과 범위에 대한 조항은 없다. 법무부 장관은 제8조를 무기로 검찰총장을 지배하려 한다. 검찰총장은 제12조를 근거로 맞선다. 2인 모두 자기 의사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여야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편으로 갈라져, 국회의 역할을 소홀하게 한다. 미래에 출현할 정권에게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검찰을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검찰청법을 악법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여야는 승부에만 집착한다. 검찰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에서, 문민 통제의 기준을 만들 시기인데도 말이다.

검찰청법 개정에 앞서 위법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윤 총장이 ‘라임 사태’와 ‘가족과 측근 사건’에서 자신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위법한 처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선고까지 심판대상인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할 수 있다. 윤 총장이 위법하다고 보는 사안이 중지되기 때문에, 불법에 대한 원상복구의 위험도 사라진다. 검찰이 법무부의 외청이기 때문에 두 기관장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발을 뺄 가능성은 작다. 검찰총장이 헌법 제89조에 언급되어 있고, 법무부 장관의 행정기능과 검찰총장의 수사 및 소추 기능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검찰청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정부조직을 법원의 판단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향은 경찰법보다 진일보해야 한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이다(경찰법 제2조 1항). 경찰에 대한 통제는 경찰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며(제5조 1~3항), 위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다(제6조 1항). 경찰위원회가 인사, 예산, 정책 등 경찰운영 전반을 결정한다(제9조 1항). 경찰 사무, 경찰청 업무, 공무원과 경찰기관장에 대한 지휘·감독은 경찰청장이 담당한다(제11조 3항).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찰위원 추천권(제6조 1항)과 경찰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재의 요구권밖에 없다(제9조 2항). 경찰이 정권에 휘둘릴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문민통제를 실현하기 위해 경찰위원회가 통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므로(정부조직법 제32조 2항), 법무부는 검찰에 인사권, 예산권, 감찰권을 가진다.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한다(검찰청법 제8조). 정권이 선(善)해야 검찰을 지배하지 않는 선에서 문민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다. 정당의 목적은 권력 장악과 재창출이므로, 선한 정권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검찰청법을 개정해서 시스템상 검찰의 중립을 보장하는 것 이외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일단 검찰청법 제8조는 삭제해야 한다. 대신 검찰위원회를 구성하여 문민통제를 하면 된다. 문민(文民)은 여야를 지지하는 모든 국민을 지칭한다. 따라서 의석수에 따라 여야가 검찰위원을 추천하고, 정치적 개입의 차단을 위해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면 된다.

현 정권 이전까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과 협의해 인사를 처리했으며 검찰에 대한 감찰권 사용도 자제해 왔다. 구체적 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딱 한 번 있었다. 그것도 2005년 10월 12일 천정배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받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조언에 가까운 수사지휘였을 뿐이다. 현 정권에서 추 장관은 윤 총장과 인사를 협의한 적이 없다. ‘검언유착 의혹’과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 수사지휘권을 사용했다. ‘옵티머스 무혐의’와 ‘언론사주와의 만남’ 이외, 라임사태의 ‘검사비리 은폐’와 ‘편파 수사 의혹’에서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리 민주적 통제를 들이대도 정권의 검찰 통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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