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동부본부장

언제부턴가 이 마을을 생각할 때면 ‘악취 마을’이란 단어가 뇌리를 스친다. 어쩌다 지나칠 때면 늘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심한 악취가 났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접근을 꺼릴 수밖에 없는 마을이 됐다. 그렇게 소외된 삶이 이어지면서 마을 주민들은 더욱 피폐해져 갔다. 40여 년 간 방치된 경주 한센인 정착촌 ‘희망농원’ 얘기다.

수천 년 동안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친 한센병은 전염성이 매우 낮다.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은 됐지만, 격리도 필요하지 않은 질환이다. 그동안 한센병에 대한 선입견이 그들을 외면하게 만든 것이다.

경주의 한센인 집단 정착촌 역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주시 성건동에 있던 60여 명이 현재의 보문단지로 이주하면서부터다. 1961년에는 칠곡군에 있던 한센인 200여 명이 경주로 옮겨오면서 ‘희망촌’이라는 정착촌이 탄생했다. 당시 정부는 한센인들의 자활을 위해 이들을 이주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위한 강제이주였다.

이들 희망촌 한센인들은 또다시 강제이주를 해야 했다. 1979년 보문호 일원이 관광단지로 개발되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천북면 신당리로 이전했다. 정부는 이들의 생계를 돕겠다며 450동의 집단 계사(鷄舍) 등을 지어줬다. 한센인들의 보금자리인 ‘희망농원’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40여 년 동안 더 이상의 지원은 없었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농장에서 1급 발암물질과 악취, 해충, 오염수 등이 발생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센인 자활을 위한 ‘희망농원’이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방치된 것이다. 다행히 최근 ‘희망농원’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국민권익위의 기관조정이 이뤄져 희망의 새싹이 움트고 있다. 강제이주를 당한 한센인들의 피와 눈물이 묻어 있는 ‘희망농원’이 이제라도 이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됐으면 한다.

황기환 기자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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