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부문

왼쪽부터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분야 구활, 이동민, 허상문(글)심사위원.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수필 분야)에 응모한 수필 작품은 무려 765편에 달한다. 양적인 풍요로움이 반드시 질적인 우수함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학대전이 연륜을 더해가면서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많은 문인의 관심을 반영해 주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문학공모전의 우수작을 고를 때 심사위원들은 여러 가지 기준을 다각도로 논의하게 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건을 필수적으로 생각한다. 무릇 수필은 문장이 매끄럽거나 정확해야 한다. 그리고 소재에 대한 신선한 감수성이 뛰어나야 하고, 주제에 대한 날카로운 의식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구성의 묘미가 있어야 한다.

이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작품, 신선한 내용과 감수성을 담지 못한 작품, 인생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충분하지 못한 작품 등이 제외되었다. 또한 일부 우수한 작품은 전년도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상위 입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제외되었다. 최종적으로 <거미의 꿈>, <기적소리>, <줄, 내리다> 세 편의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집중적인 논의를 하였다.

<거미의 꿈>(박호선)은 주제와 형식의 양면에서 잘 짜여진 구성미를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거미’를 화소로 하여 인간존재와 삶의 의미를 다양하게 추적하고 있는데, 특히 관찰자 화자인 ‘나’가 베틀 짜는 어머니의 삶을 거미가 뽑아낸 진액과 같다는 은유는 단연 돋보인다. 거미라는 흔히 볼 수 있는 벌레를 통하여 고달프고 힘든 한 여성의 삶을 읽어내는 설정에서 작품의 주제는 충분히 예각화되고 있다. 작은 일상의 대상을 통해 보편적 삶의 의미를 심문하고 추적하는 이런 수필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수필이 나아가야 할 지향이 아닌가 한다. 또한 군데군데 보이는 묘사력, 이를테면 “조밀한 거미줄 사이로 이슬방울들이 초록빛 추억을 엮고 있다.” 같은 표현들은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기적소리>(윤상희)는 작품의 극적 상황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정 가까운 시골역에서의 기적소리, 사람도 열차의 그림자도 거의 사라진 시골역은 얼핏 생각하면 낭만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어린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젊은 부부가 화물차를 태워달라고 역무원에게 사정하고 있다. 흡사 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극적 구성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이런 유형의 수필이 허구성이 있느니 없느니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철 지난 얘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수필이 더 나은 문학 장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더욱 다양한 실험과 극적 장치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작품은 상기시켜준다.

<줄, 내리다>(노정옥)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쓸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작품이다. 수필이 고유한 세계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언어의 장르이면서 동시에 진실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줄, 내리다>는 ‘줄’을 통하여 삶과 존재의 의미를 다양하게 풀어낸다. “길은 줄이다”는 전제 아래, 작가는 “줄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문학의 세계란 언제나 유예되고 상실된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세계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줄, 내리다>는 우리에게 구원의 줄과 생명줄이 왜 필요한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런 사색과 깊이는 우리 수필의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수상자들에게는 수상을 축하드린다. 아울러 비록 이번에 수상하지 못한 작가들도 실망치 말고 정진할 것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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