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
코로나19 발생이 의료계 종사자 심리적 위험에 미치는 영향 밝혀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코로나19 의료진이 땀에 젖은 채 격리병동을 빠져나오고 있다. 경북일보 DB.
2월 18일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가 창궐한 대구지역 의료계 종사자들의 우울과 불안이 높게 나타났고, 특히 환자 치료과정에서 밀접한 접촉 가능성이 큰 간호사 직원의 상황이 더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남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이 코로나19 발생이 의료계 종사자의 심리적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 눈길을 끈다. 직업환경의학과 사공준·박철용 교수 연구팀은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4월 2일부터 10일까지 영남대병원 근무자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통해 우울, 불안, 주관적 위험인지 점수를 평가하고, 직무와 근무부서, 노출 경로에 따른 스트레스 반응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2020년 4월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던 시기에 진행됐다. 이 시기는 대한민국 전체 코로나19 확진 환자 1만765명(2020년 4월 기준) 중 63.7%가 대구에 집중된 때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우울, 불안 위험군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각각 33.3%와 12.5%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울과 불안을 겪는 비중이 각각 6.7%, 6.2%인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팀은 특히 간호사 직군에서 우울과 불안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감염 우려도 다른 그룹에 비해 높은 것으로 짐작돼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높은 우울과 불안 수치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근무 장소별 분석 결과로는 확진 환자 병동 근무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근무자, 출입구 발열체크 근무자 순으로 높은 우울, 불안 지수를 보였다. 의료계 종사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일반 사람들보다 감염의 위험이 더 크고, 이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 중 18.5%는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았다. 지난 5월 전국에서 시행된 코로나19 검사 비율이 1.76%라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이 업무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과 감염의 위험이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행정직 직군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불안과 우울증이 확인됐다. 의료계 종사자가 높은 감염에 대한 우려 외에도 사회적인 낙인에 대한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데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야기된 결과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울과 불안을 겪는 비중이 각각 6.7%, 6.2%인 것을 고려할 때, 해당 조사에서 우울과 불안의 정도가 각각 33%, 12.5%로 나타난 수치는 의료계 종사자의 우울과 불안 정도가 일반적인 수치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연구팀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과 불안 감정을 겪는 인구가 느는 시기”라면서 “연구팀의 조사 결과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감염 예방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계 종사자에 대한 적절한 심리방역 조치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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